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벽돌 사이로 봄빛이 비치는가 싶더니, 대학 교정이 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활기를 불렀는지 캠퍼스는 이내 봄꽃으로 가득 찼다. 지금은 벚나무 가지가 서로 닿아 마치 벚꽃 이불 속을 걷는 듯한 꽃길이 펼쳐져 있다. 젊은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는 16년 만에 ‘대학 등록금 동결’이 깨어지고, 다수의 대학이 5% 선에서 등록금을 인상했다. 앞으로도 올릴 계획들을 하고 있다.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하는 동안 복수전공 등 여러 명분을 세워가며 졸업학점을 줄여 나왔다. 내가 학생 때에는 16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했는데, 내가 근무하는 동안 140학점으로 줄더니, 등록금 동결 기간에 계속 줄어 현재 120학점까지 줄었다. 심지어 졸업이수 학점이 110학점인 학교도 있다. 이 또한 한계에 이르고 있다.

높은 등록금을 부담하고 있는 대학생들, 정신적으로는 성년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그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들은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한다고 주장했고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의 짜투리 시간을 값싸게 이용해 왔다. 그들의 젊은 시간이 내일을 준비하는 데에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나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학교 내에서 하도록 주장했었다. 조교, 근로장학생, 국가대여장학금 제도 등...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의 일보다는 사회일을 선호했고, 또 학교 안에는 일자리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연구년으로 갔던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브리검영 대학에서 하나의 방안을 보았다. 이 대학에는 학생 아르바이트를 주선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며, 학교 내의 모든 일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학교는 학생들이 수업이 비는 시간(공강)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일과 시간을 선택하고, 그리고 일한 뒤 체크해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현재 한국 대학에서 고용 인력을 사용하는 식당에서의 조리나 서빙, 도서관 운영, 강의실이나 캠퍼스 청소 등 웬만한 일들을 학생들이 해결했다. 일의 강도에 따라 보수가 달랐는데, 비용이 많이 필요한 학생은 시간당 보수가 높은 화장실 청소나 세탁방 등을 맡는 반면에 도서대출 담당, 주차 위반 차량 점검 등은 시급이 적었다. 다만,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당 20시간 이상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동료들이 청소하거니 정리하는 모습에 마주하면서 매우 정감있게들 인사했다.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중에도 같은 학생들이 들어와서 청소를 하다 보니 화장실을 더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귀국해서 바로 본교에 이 제도를 소개했지만 그냥 흘러간 소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찾고, 또 직장으로 가고 오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또 캠퍼스도 무척이나 활기차게 한다.

물론, 길게 보아서는 대학등록금의 해결은 전부 국비로 처리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다는 한국에서 정년 이후의 생활을 평생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될 것이다. 노년들이 대학에서 문학, 철학, 역사 등의 기본 인문학을 공부하거나 자신이 했던 것과는 다른 과목이나 혹은 새로운 지식들을 익히며 캠퍼스를 누리는 것은 실제로 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현재 줄어드는 인구에 대비해 상당히 많은 고등교육시설을 가지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는 학비가 전부 국가부담이며 급식 제공도 하고 있다. 나만 해도 중고등학교 수업료를 제 때에 납부하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진 경험들이 있는 세대들이다. 그 세대가 아직 살아있는데 중고등학교 국비 운영을 누리고 있다. 대학등록금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정숙 영남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