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지 전 경남대 교수 / 경남대 고운학연구소 연구원

삶은 변화보다 지속이며, 그중에서도 변덕 부리지 않고 요동치지 않고 그저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요즈음 하게 되었다. 그전엔, 살다 보면 높아지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변화가 자연스럽게 내 삶에 찾아올 줄 알았고, 또 그런 변화를 애써 쫓다 보면 어느 순간엔 가시적이고도 구체적인 결과를 손에 잡게 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명인사들의 인터뷰와 강연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들이 이루어낸 세속적 출세나, 지적, 예술적 성공의 높이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질서 있게 꾸준히 나아갔나 하는 지속의 시간과 꾸준함에 감탄하고 존경심이 생긴 것이다.

자신이 즐기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견뎌냈을 주변의 무시와 비루함,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가 아니라 가는 길 내내 좌절도 품어낼 만큼 좋았던 그 마음, 그 시간, 그 걸음걸음에 내 마음이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꾸준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더 데레사는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우리의 하루를 만들며, 그 하루가 모여 인생 자체가 된다.”라고 하셨다. 즉 생각이 우리의 삶을 형성하니 첫 단추인 생각을 조심하라는 말씀이었다. 가르침대로 내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 해보니 반항이 만만치 않았다. 생각에도 관성이란 것이 있는지 습관으로 굳어진 가던 길만 고집하는 것이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바꾸기가 이렇게 어려우니 대신 타인의 눈을 의식해서라도 태도와 행동 바꾸기를 먼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또 있다. 행동을 바꾸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생각과 그 생각을 따라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바꾸는 것이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그러니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자신의 의지도 참여시킬 수 있는 습관 바꾸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 스스로 보상이나 벌을 정해 실행 여부도 체크 하면서.

시시하고 단조롭고 흥미롭지도 않은 나의 습관이 하루를 온전히 바꾸고 그리하여 미래까지 송두리째 바꾼다면 그 꾸준함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지속시키려 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이제 세상을 시작하는 젊은이에게나 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퇴를 한 후에 자신의 매일을 바꾸면서 삶을 바꾼 사람들의 얘기도 많았다. 그들은 습관 중에서도 아침에 눈을 떠서 하는 첫 시간 첫 생각 첫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 달라진 인생을 구가하고 있었다.

습관 바꾸기는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에만 유용한 것이 아니다. 마음을 전하는 일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마음을 전하고 싶기는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마음을 그때마다 전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심지어 어느 것이 나의 진심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 않던가? 그러니 일관된 마음이 아니라면 전달할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관된 행동이 계속되면 내 진심을 외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그 꾸준함에서.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란 이조년 시인의 「다정가」의 한 구절을 참 좋아했었는데, 그 구절을 “다정도 습관인 양”으로 바꾸어 본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나의 인연들도 습관인 듯 다정하게 서로를 대하면 좋겠다 싶어서. 꾸준히 다정하다 보면 짧은 봄날도 길게 저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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