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편의·수익성은 반비례 관계
매도·매수인 다 만족할 가격 없어
현실적 안목으로 리스크 줄여야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건물을 매입할 때 주차시설도 많이 보는 부분 중 하나이다. 건물의 재산적 가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얘기 중 하나인데, 입지가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주차가 부족하다면 무의미한 얘기일 수 있다. 그야말로 주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압도적이다.

얼마 전 신축병원 부지 개발에 관해 컨설팅을 의뢰받은 적이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법정주차의 500% 이상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안과와 이비인후과를 연합하여 병원을 짓고자 하였고, 약 2천㎡의 시설면적을 사용하고자 했다. ‘대구광역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에 따르면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의 경우 시설면적 100㎡당 1대의 주차공간을 갖춰야 한다. 산술적으로 20대의 주차공간이 필요충분조건이지만, 의뢰인이 요구한 주차대수는 총 100대. 이유인즉슨 현재 건물에서도 비슷한 면적으로 7년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25대의 주차공간으로 내원객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였다고 한다. 결국 인접 토지를 고가에 매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신축을 계획하게 되었다.

건축주 입장에서 주차장 확보 문제는 그리 반가울 수만은 없는 얘기다. 주차시설을 확충하여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법정주차만 확보하고 상가 면적을 늘려 수익률을 확보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요컨대 부동산 개발에서 편의성과 수익성은 늘 반비례 관계에 있다. 건물 준공과 동시에 정산을 목표로 한다면 수익성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건물을 최소 3년 이상 가져가면서 매각을 고민한다면 편의성에 대해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래도 최근 다양한 건축공법이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딜레마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듯하다.

입지와 자금, 그리고 건물에 대한 점검이 완료되었다면 본격적으로 계약에 들어가야 한다. 맨 먼저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데, 사실 매매가격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매매가격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을 살펴보면 파산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부동산에서부터 상속받은 부동산을 지정일까지 꼭 팔아야 하는 경우, 부동산과 부동산을 서로 교환하는 경우, 지인이 무상으로 사용 중이거나 혹은 개발로 인해 철거 예정인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정황들이 존재한다. 적정가격을 찾는다는 것이 순탄치 않을 것인데, 그래도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제도’가 정착되면서 이러한 분쟁들이 다소 해소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습득한 정보가 악용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례도 있다. 한 번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땅을 매입했다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전원주택으로 건축 인허가를 득한 토지였는데, 알고 보니 건축허가 유효기간을 며칠 앞두고 급하게 토지를 처분한 것이었다. 결국 1억 원이 넘는 설계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게 되면서 오히려 손해를 보고 말았다.

특히 부동산은 정부 정책이나 주변 개발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지기 쉽다. 속이 타들어 가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상황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초기 자본이 높을수록 유동성은 떨어진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안목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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