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방식 조정 ‘심리적 탄력성’ 중요
군중심리 파악 메타인지 훈련 통해
투자자들의 깊은 내면들 파악해야
군중심리를 극복하기 위해선 내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 그리고 바뀌는 흐름에 맞춰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심리적 탄력성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판단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기지 않는 힘. 그게 바로, 지금 이 시대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설계 능력이다. 확신이 없으면 흔들리고, 겸손이 없으면 고립된다. 그래서 ‘투자의 자율성’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심리의 균형에서 비롯된다.
이쯤에서 우리는 자신을 향한 내면의 진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의 감정은 나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외부의 압력에 반응한 것일 뿐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군중심리를 이겨내는 첫 출발점이 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심리 훈련법으로는 메타인지 훈련(Metacognitive Training)을 들 수 있다. 자신의 감정 흐름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고, 그 감정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내리려는 이 결정은 정말 나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속도에 떠밀린 결과는 아닐까?” “내가 옳다고 믿는 이 판단 뒤에는, 준비된 분석이 있는가, 아니면 불안이나 조급함 같은 감정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이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본질적인 질문이야말로, 복잡한 시장과 감정의 파고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방패가 된다. 또한 인지행동치료(CBT)에서 제안하는 ‘자동적 사고 점검’도 군중심리에서 비롯된 과잉반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예컨대 “지금 아니면 기회를 놓친다”는 문장은 겉보기에 판단을 돕는 조언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우리의 불안을 자극하는 감정의 자동반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언제나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감정을 한 걸음 늦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판단은 훨씬 더 명료해지고 선택은 덜 흔들리게 된다. 가끔은 멈추고, 그것이 진짜 사실인지 되묻는 훈련이 필요하다. 시장은 언제나 요동치고, 정보는 끝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심리적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모든 소음과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감정을 들키지 않는 비결은 없는 것일까?”
다음 장에서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려 한다. ‘포커페이스와 방어기제’, 즉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균형을 지켜내는 심리적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볼 것이다. 당신은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가? 아니면 감정에 휘둘리는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 앞에 조용히, 그러나 솔직하게 마주 서보자. 그 순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한 걸음 더 깊은 투자자의 내면으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