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관계 회복은 인정에서 시작
데이트 흐름 해석 접근법 극과극
나와 다른 방식도 정답될 수 있어
부동산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진실이 있다. 사람들은 놀라울 만큼 자신의 방식을 ‘정답’이라 믿는다는 사실. 정보를 해석하는 시선도, 투자금의 기준도, 리스크를 감내하는 태도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나와 다른 방식’을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그것을 ‘틀렸다’고 여긴다. 그래서 때로는 설득하려 들고, 때로는 감정을 앞세운 논쟁 속에서 관계의 골이 깊어진다.
그런데 정작 더 근본적인 문제는 ‘차이’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이해조차도 편견에서 출발한다. 진짜 관계의 회복은 이해가 아니라 ‘인정’에서 시작된다. “아, 저 사람은 저런 방식으로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 짧은 수긍 하나가, 많은 갈등을 푸는 열쇠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여기, 이 질문에 선명한 답을 주는 두 명의 투자가가 있다. 한 사람은 ‘감각’으로, 다른 한 사람은 ‘분석’으로 시장을 꿰뚫어 본 인물이다. 둘 다 실존 인물이자, 부동산 세계에서 독보적인 궤적을 남긴 사람이다.
먼저, 미국 부동산계에서 ‘감각의 투자자’로 불리는 보 벨몬트(Beau Belmont). 그는 사람들이 외면하거나 꺼려하는 매물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투자 철학은 숫자보다 먼저 공간의 분위기, 건물의 표정, 현장의 흐름을 읽는 데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방치한 말리부 해변의 고급주택이다. 내부시설이 철거되고 구조물만 남아 있던 이 집을 대부분 외면했지만, 벨몬트는 이 집이 산불조차 견뎌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에게 그것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상징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지닌 브랜드가 될 공간이었다. 그는 곧바로 이 부동산을 2천100만 달러에 매입해 리모델링과 브랜딩을 결합해 가치를 재구성했고, 이후 이 집은 3천만 달러 이상에 재판매되었다. 그는 말한다. “수치는 나중 문제고, 공간이 살아 있어야 돈이 붙는다. 숫자보다 맥락을 먼저 읽고, 공간의 정서적 가치가 사람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경제적 가치가 생긴다.” 그에게 투자란 보이지 않는 감각을 해석하는 일이자, 이야기를 품고 공간에 가치를 입히는 작업이었다.
반면, 켄 그리핀(Ken Griffin)은 전혀 다른 언어로 시장과 대화하는 투자가였다.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그는 데이터 분석과 확률 기반 전략에 특화된 인물이다. 모든 투자를 철저히 수치와 통계로 접근했고, 분석할 수 있는 미래에만 베팅했다. 그가 뉴욕 센트럴파크 뷰 고급 아파트를 2억3천800만 달러에 매입했을 때, 전문가들은 이 거래가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공급 희소성, 고액 자산가의 선호, 입지의 보존성 등 수십 개의 지표를 종합분석해 미래 가치를 도출했다. 결국 이 거래는 미국 아파트 역사상 가장 비싼 단일 거래로 기록되었고, 그의 전략은 또 한 번 정당성을 증명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장과 대화한다. 한 사람은 공간의 기운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데이터의 흐름을 해석한다. 접근법은 극과 극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서로의 방식을 평가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투자는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나에게 맞는 해석의 방식을 찾아가는 일이다. 그 해석은 나의 성장, 배경, 사고방식, 감정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성숙한 투자가의 태도이며, 실패하지 않는 관계를 설계하는 가장 지혜로운 전략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방식도 충분히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너무도 늦게 깨닫는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