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대통령실 산하 이전 구상
선심성 정책 마음껏 하려는 속내
나라빚 적체, 국민은 원하지 않아
송국건TV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메인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고, 브랜드 슬로건은 ‘지금은 이재명’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판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캠프 측은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것인가’보다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었다. 선거 초반 분위기로 볼 때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고, 집권 후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을 고민했다는 얘기다.
보수 진영에선, 그렇다면 지금까진 ‘가짜 대한민국’이었단 말이냐고 발끈했다. 우파가 이끈 산업화, 좌파가 주도한 민주화가 결합 되어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다. 지구촌에서 유례없는 성공 사례라고 해외에서도 인정한다. 국민 대다수는 이에 자긍심을 느끼고, 현재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해 나가길 희망한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진짜 대한민국’은 따로 있다고 외친다. 그가 꿈꾸는 건 대체 어떤 나라일까.
국가를 지탱하는 두 개의 큰 축은 안보와 경제다. 국방이 튼튼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충실할 수 있다. 살림살이가 넉넉해야 문화생활을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산다. 국가 지도자는 이 둘만 제대로 챙기면 성공이다. 우리처럼 분단 상황이고,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들이 TV 토론과 유세를 통해 쏟아내는 공약들도 큰 틀에선 안보와 경제에 수렴된다. 국민이 특히 귀를 기울이는 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 후보의 안보관과 경제관이다.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취임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선포해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를 위협하더니, 최근엔 주한미군 수천 명 감축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북한 김정은이 남한을 ‘동포’가 아닌 ‘적대적 국가’ 개념으로 바꾼 직후여서 안보 불안이 우려된다. 그런데 이 후보는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지칭했고,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규정했었다. ‘진짜 대한민국’에선 실제로 미군이 그런 취급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를 ‘내란 세력’ 프레임에 계속 가두느라 김정은을 두둔하기도 했다. 접경지역 유세에서 ‘우리 군이 드론으로 북한의 국지도발을 유도해 영구 집권을 꿈꿨는데, 김정은이 눈치를 채고 잘 견뎌 주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남쪽에서 탱크로 밀고 올라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해서 북한이 방벽을 설치했다고도 덧붙였다. 당장 김문수 대선후보 측에선 “이게 국군통수권자가 되려는 사람의 발언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유세 중 불쑥불쑥 내놓는 이 후보의 발언 중엔 경제관 논란을 일으킨 “커피 원가 120원” “호텔 경제학”도 있다. 이건 해석하기에 따라서 말꼬리 잡기란 반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나라가 빚지면 안 된다는 건 무식한 소리”라고 한 대목은 납득이 어렵다. 선심성 정책 등 과도한 재정지출로 나라의 빚이 늘어나면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부담을 안긴다는 건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국가 부채를 늘려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는 청와대와 그 위험성을 경계하는 정통 경제 관료가 늘 부딪쳤다.
이 후보의 인식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때 경제 부총리를 지낸 김동연(현 경기도지사), 홍남기 두 사람은 무식한 소리를 한 사람이 된다. 더구나 이 후보는 기재부 산하에 있는 ‘예산실’을 대통령실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국가 재정 상태를 꼼꼼히 따지는 경제관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껏 선심성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이재명식 ‘진짜 대한민국’이 되면 나라의 빚이 얼마만큼 늘어날까. 그런 나라는 과연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진짜 대한민국일까.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