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령 사태 초기만 해도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사용한 게 과연 ‘내란’에 해당하는지 논쟁이 일었다. 계엄 선포가 오판에 따른 잘못된 선택이었다 쳐도 그게 곧 형법상 내란죄 성립 요건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꽤 많았다. 지금도 법리적으론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재판받는 내란 사건은 ‘혐의’이지 법원에서 확정판결 받은 건 아직 없다. 엄밀히 따지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므로 기소된 사람들을 ‘내란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부당하다.그러나 그건 법률적 수사일 뿐이고 정치적으론 이미 ‘내란 프레임’이 완성됐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이 분립되어 서로 견제를 한다고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의 우위에 있다는 말이었다. 귀를 의심케 할 만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그는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국민주권’-‘직접 선출 권력’-‘간접 선출 권력’의 순이라는 것이었다.삼권분립이라고 마냥 삼권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60% 중반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이제는 50%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불과 취임 2개월만에 ‘위기의 리더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리얼미터가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2주 연속 동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은 51.1%로 50%선 붕괴가 임박해졌고, 민주당 지지율은 30%대로 폭락해 정부여당에 비상이 걸린 양상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2주 사이에 12.2%포인트 폭락했고,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13.1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됐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한지 불과 8개월 만이다.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은 우리 사회에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동반한다.우선 형평성 문제다. 조국은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한 상태에서 사면되는데,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더군더나 그는 정치검찰의 폭압적인 수사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면서, 눈꼽만치도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과도 하지 않았다.입시비리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예민한 사안으로, 교육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무리한 수사”라면서 조사를 거부해왔고, 특검은 이미 구속중인 전직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급받아 지난 1일 영장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완강하게 버티면서 실패했다.그러자 여권에서는 온갖 조롱과 험악한 말이 터져나왔고,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커튼이나 담요로 돌돌 말아서라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며 특유의 막말로 강제집행을 주문했다. 이제 여당 대표 신분이 되었으니, 강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8.15 특별사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아 지난해 12월 16일 구속수감됐고, 만기는 내년 12월이다. 구속수감된 지 아직 8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서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그와 그의 가족은 죗값을 이미 혹독하게 치렀다”며 “냉혹한 정치검찰 정권에서 독재자를 비판하며 개혁을 외쳤던 그는 사면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찌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겪었던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22일 대북송금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공판기일 절차를 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재판부는 지난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도 심리 기일 ‘추정’(추후 지정)이란 형태로 중단시켰다. 이로써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5건의 재판은 모두 멈춰 섰다. 앞서 위증교사(서울고법) 선거법(서울고법) 대장동 사건(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적용해서’라는 짧은 이유를 대고 줄줄이 추정했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조항은 진행 중인 재판에도 해당한다는 나름의 해석을 내렸다는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최근 두 건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희대 대법원과 최재해 감사원을 겨냥한 내용인데, 각각 121명의 여당 의원이 서명했다. 대법원 상대로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파기환송 결정 과정이 조사 대상이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관련한 지귀연 판사 외압 논란 진상도 규명하자고 했다. 감사원 상대로는 정치 중립성과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 훼손 여부를 따지겠다고 명시했다.일단 박 의원의 국정조사 요구엔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 그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던져 정청래 의원과
법무부가 8·15 특별 사면 대상자 선정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사면권 행사인데, 이번 특사에 유난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수감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포함 여부에 따라 정국에 큰 파장이 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자 자신들이 사면 대상이란 점을 직간접적으로 부각해 왔다. 정권 출범 직후에 청구서 내밀 듯이 사면을 요구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청구서를 제시하는 채권 의식이 있다는 의미다. 조 전 장관이 창당한 조국혁신당은 6·3 대선 때 후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진행 중인 5건의 재판을 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 지지율은 65%를 넘나들었다. 코스피는 취임 보름 만에 3,000선을 돌파했는데, 이는 3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통령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최단기간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자화자찬 했을 것이다. 질문도 고만고만 만만했고, 답변도 토크쇼하듯이 했으니까 만족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다.그러나 관전자들은 그리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외신 기자 147명이
“대통령이 되면 내 편, 네 편 없이 모두가 대한민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앞에서 수차례 약속한 말이다.그러나 ‘역시나’였다. 정권 출범 한 달이 다가오는 지금, 현실은 크게 다르다.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을 불러 오색국수를 대접하면서 입으로는 협치를 강조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일방통행 독주를 일삼고 있다. 정국은 새 정부 시작부터 꽁꽁 얼어붙고 있다.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것처럼 행동했다. 취임 당일 국회의장 및 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화합의 메시지를 냈고, 22일
“배추와 장롱 속 돈만 남은 청문회”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는 이상한 청문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전평이다. 이틀 동안의 공방이 마무리됐으면 궁금증이 풀려야 하는데 오히려 더 커졌다. 1차 책임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있다. 5년 동안의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아 ‘장롱 속 6억원’ 논란이 생겼는데, 해명이 오락가락했다. 그 바람에 재산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의혹까지 제기됐다. 청문회 검증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특히 결혼식, 장인상, 두 번의 출판기념회를 치르면서 6억원 현금을
예외란 없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달라져도, ‘문고리 권력’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비선 실세, 또는 공식 실세의 움직임에 따라 정권의 건강도는 출렁였고, 심하면 정권의 흥망이 결정되기도 했다. 문고리 권력이 잘해서 정권이 흥한 사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못해서 망한’ 정권은 수두룩하다. 역사와 현실이 이 교훈을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다.왕조시대에도 문고리 권력은 있었다. 궁중 내시들은 왕의 곁을 지키며 ‘왕의 의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집행했다. 조선 후기 국정이 무너질 때 등장했던 내시의 국정개입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숱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인데, 국회 출입을 오래 한 필자가 주목하는 건 두 가지 지점이다. 첫째, 고3 아들의 습작 수준 표절 예방 연구물을 동료 국회의원이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했다는 정치 코미디다. 둘째, 자료로 확인된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걸로 드러나자 “출판기념회 등에서 받은 돈”이라며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해명(?)이다.고교 동아리에서 작성한 연구 결과를 국회의원 아버지가 대표 발의하기는 그래도 민망했던가 보다. 동료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아버지
‘법률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곧바로 발효되지 않는다.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통과해 대통령이 공표한 뒤 관보에 게재해야 비로소 ‘법률’이 되어 효력도 발생한다. 법안 심의권은 국무회의에 있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으나 현실에선 형식적 절차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해당 법안을 의결하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국무회의 자체가 대통령이 임명한 부처 장관들로 구성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런데 이번처럼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전임자가 임기 5년을 다 채우고 퇴임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가 본격화되면서 정국은 다시금 술렁이고 있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앉힌 것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민정수석실 산하에 자신을 수년간 변호해온 변호사들을 줄줄이 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집사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에까지 올린 상황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오영준 위광하 판사와 함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압축된 이승엽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굵직한 재판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형사 사건에서 이 대통령의 법률적
민주주의는 오랜 군사독재와 고문,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국민의 헌신으로 얻은 값진 성과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정치는 통합보다 분열을, 포용보다 보복을 택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켜왔다. 이번에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은 이러한 혼란과 분열을 수습하고 다시 ‘국가다운 국가’로 복원기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페루를 연상케할 정도로 추락한 국가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이 제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권력기관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당선 직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찾기 전날 필자는 대구 정치권의 지인에게서 그 소식을 미리 귀띔받았다. 솔직히 믿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 보궐선거 출마로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오랫동안 취재했기에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을 지내고 이미 정치를 떠난 입장에서 누가 아무리 간청하더라도 마지못해 들어 줄 성품이 아니다. 원칙주의자답게 똑 부러지게 거절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다. 정 도와주고 싶으면 서면이나 영상 메시지로 대신하면 된다. 유일하게 남은 측근인 유영하 의원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의 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충격적이다. 이 후보는 “우리 가족들 부정부패 저지르지 않아요. 저도 부정부패 그런 거 하지 않습니다. 평생 업자들을 사적으로 만나본 일 없어요. 일부러 안 만났어요. 차 한잔도 먹은 일이 없어요. 철저하게 관리해서 제 주변 사람들이 실제 부정부패를 저지르거나 범죄에 연루돼서 권력을 이용해서 막아야 될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거 왜 하겠어요”라고 말했다.질문을 했던 것도 아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후보 발언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메인 슬로건은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고, 브랜드 슬로건은 ‘지금은 이재명’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판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캠프 측은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것인가’보다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었다. 선거 초반 분위기로 볼 때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고, 집권 후 만들어 갈 새로운 세상을 고민했다는 얘기다.보수 진영에선, 그렇다면 지금까진 ‘가짜 대한민국’이었단 말이냐고 발끈했다. 우파가 이끈 산업화, 좌파가 주도한 민주화가 결합 되어 지금의 나라를 만들었다.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