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통해 큰 병 예방하는 것처럼
법률상 작은 사건이라도 상담 필요해
혼자 문제 키우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필자는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질병 검진을 위해 종합병원에 다녀왔다. 미리미리 전문가로부터 질환 유무와 건강 상태 등을 검사받아 작은 병이 큰 병으로 도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나중에 큰 병으로 발전하고 난 뒤에 치료를 의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쉽고 경제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질병과는 달리, 필자의 경험상 법률상 문제는 대부분 딴판이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의사이고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도 의사인 경우들이 많은 반면에, 평생 변호사랑 말 한번 섞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자신이나 가족에게 법률상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거나 혹은 이미 작은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 하더라도 법률전문가로부터 점검을 받아보려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의료 문제보다는 법률상 문제가 생길 확률이 비교할 수 없이 훨씬 더 낮은 것이 자명한 사실이고, 그런 사회가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인 것은 맞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이미 터진 것이다. 세상 아무리 평화롭고 안전해서 법률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0.001%라도, 일단 나에게 일이 생기면 그때의 확률은 100%다.

근래 필자에게 의뢰가 온 몇 가지 사건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들이라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였었다. 최초에 112 신고가 되었을 당시에 그 자리에서 변호사에 전화하여 짧게 유료상담이라도 한 번 받아봤더라면 곧바로 아무 일 없이 끝났을 사건을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다 결국 전과자가 되고 만 사건, 최초에 경찰관이 전화해서 출석조사를 요구했을 때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함께 조사받았더라면 무혐의로 쉽게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을 혼자 숨기고 해결해 보려다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 사건, 무슨 증거들을 미리 준비해 놓으면 될지 역시 변호사에게 짧은 조언이라도 구해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혼자서 불필요한 증거들만 어처구니없이 많이 모아놓았다가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서 승소를 노리기 힘들게 된 사건 등이었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변호사들도 생활인이니 무료상담 같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병원들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료 진료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의료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있는 반면에, 안타깝지만 법률 보험은 아직 국가 보험이 아니다. 건강보험처럼 법률 보험 같은 것이 운영되는 나라가 언젠가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튼, 여건이 닿는다면 혼자 어떻게 해보려 하지 말고 가까운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검사와 검진을 받아 예방하여,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픈 사람들 덕에 돈을 벌고 살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아프기를 바라는 의사는 없는 것처럼, 그래서 모든 의사들이 어떻게든 사람들을 안 아프고 덜 아프게 만들려고 힘쓰는 것처럼, 필자를 비롯한 변호사들도 어떻게든 의뢰인의 문제가 커지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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