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한일 양국은 1965년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을 맺고, 수교하게 되었다. 한일 관계는 날씨처럼 맑았다가 흐리고, 비 온 뒤 다시 개인다. 수교 30주년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수상이 식민 지배에 대해 현직 총리 최초로 사죄하였다. 수교 40, 50주년에는 긴장 상태였고, 60주년인 올해도 상반기는 점등식에 그쳤지만, 이제부터 활발하게 진행되리라 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라고 밝히자, 일본에서도 크게 반겼다. 양국 정상회담과 셔틀 외교 및 경제, 문화 등 민간 부문의 교류 협력이 기대된다.
지금 양국의 화두는 민생이다. 일본의 쌀값 파동은 2024년 초부터 시작되어 2025년 5월 중순에는 5kg에 4천285엔(약 4만8천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통계상으로 2024년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18만 톤 늘었지만, 일본농협(JA 전농·全農)의 수매량이 23만 톤 줄었으므로 누군가 사재기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쌀 생산 감소가 원인이었다. 2023~4년 여름 불볕더위로 생산량이 줄기도 했지만, 1971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된 쌀 감산정책(減飯政策)과 고령화로 인한 농민 감소가 컸다. 쌀 감산정책으로 양은 절반 정도, 면적은 약 60% 줄었다. 또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자, 후계자를 찾지 못한 노인들이 차례로 농사를 그만두었다. 여기에 쌀 운반 트럭 운전사, 정미소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총선에서 고물가와 회계 부정으로 참패를 당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수상은 쌀값을 낮추겠다며 비축미 반출을 지시했다. 지난 3월 2023년에 생산된 비축미 21만 톤의 대부분을 낙찰받은 농협은 즉각 유통하지 못했고 값은 계속 오르고, 구매량 제한까지 생겼다. 5월 하순 에토 농림수산상이 “저는 쌀을 사 본 적이 없다. 집에 팔 정도로 많다"라고 말하자, 국민은 분노했고, 결국 사임했다. 후임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은 곧바로 2022년산 비축미 30만 톤을 직접 소매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가격도 2천 엔(약 1만8천600원) 이하로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팔았다. 새벽부터 줄을 서 쌀을 산 이들은 “싸게 사서 잘됐다”라며 기뻐했다. 동시에 농협 비축미도 3천~3천500엔에 판매되자 쌀값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이에 고무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비축미가 소진되면, 외국에서 수입하겠다고 나섰다. 또 쌀 생산을 늘리고 남으면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7월 하순 참의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듯하다.
일본 쌀값 폭등은 서민들이 자주 먹는 덮밥, 초밥 가격도 올렸고, 카레 전문점도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물가 상승, 부동산 침체, 자영업자 폐업에 고심하고 있다. 새 정부는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니 일본 쌀값 대처법도 살펴봄 직하다.
한일 관계는 대체로 교과서·과거사 문제가 거론될 때는 불편했고, 안보·민생·경제가 중심일 때는 우호적이었다. 어디든 먹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