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란 등 3대 특검법 1호 처리
이 대통령, 윤과 악연 검사 지명 등
떨지 말라면서 대놓고 칼가는 꼴

송국건송국건TV 대표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법률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곧바로 발효되지 않는다.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통과해 대통령이 공표한 뒤 관보에 게재해야 비로소 ‘법률’이 되어 효력도 발생한다. 법안 심의권은 국무회의에 있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으나 현실에선 형식적 절차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해당 법안을 의결하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국무회의 자체가 대통령이 임명한 부처 장관들로 구성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전임자가 임기 5년을 다 채우고 퇴임하면 후임자가 인수위 활동 기간 동안 새로 국무회의를 꾸린 뒤 출범하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조기 대선 당선자는 인수위 없이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므로 전임 대통령이 발탁한 국무위원과의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새 장관들을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거쳐야 하므로 2개월 안팎은 그런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잡은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처벌 대상’으로 꼽은 장관들을 앉혀놓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그는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급은 다 골라내야 한다. 실제 책임 있는 자들이 아직 정부 각료, 주요 국가 기관에 많이 숨어 있다”고 했었다. 아울러 “확실히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 내란 종식을 위해 특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의 실질적 지배자가 내린 지침에 따라 이른바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해병대원)을 새 정부 1호 법안으로 처리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은 자기도 수사 대상인 법안을 자기 손으로 심의·의결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그들은 윤석열 정부 때는 민주당이 통과시켰던 해당 법안들에 대해 여러 차례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당시보다 더 세진 법안들을 그대로 의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서 몇몇 참석자들이 특검법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특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직격탄을 날렸다.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 정식 멤버가 아닌 배석자이므로 이 대통령이 찍은 처벌 대상은 아니다. 이 위원장은 “(특검이)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참석자들도 “이미 검·경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반대쪽에선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지적에 이 대통령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대통령이 된 입장에선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하면 훨씬 더 나을 수 있다. 과거 정부는 대체로 그렇게 했다. 특검은 정부 불신으로 야당이 요구하던 것 아니냐. 그런데 3권분립이 돼 있고 국회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데 ‘하지 마라’ 할 수도 없다. 저 역시도 딜레마 같은 느낌이 있다.” 본인은 특검까지 가지 않고 기존 수사기관이 맡았으면 하지만 민주당이 밀고 나가니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인데, 이중플레이다.

첫째, 후보 시절 여러 번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각료와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특검의 수사 대상까지 지목하는 바람에 내란특검 규모가 더 커졌다. 둘째, 입법부 권력으로 행정부를 겨냥한 탄핵을 남발했고, 다시 사법부 장악을 시도한다는 우려가 있는데 ‘3권분립’을 강조했다. 이건 지독한 모순이다. 셋째, 특검이 추천돼 본인에게 넘어오자 8시간만에 윤 전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인물을 내란 특별검사로 지명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에게 칼자루를 준 셈이다. 새 정권 초반부터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데 너무 떨지 말라고 하면서 온갖 준비를 다 하는 분위기다.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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