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목 ‘호재 종목’으로 매수 종용
가격 오르면 팔고 사라지는 리딩방
고생없이 큰 돈 버는 일=‘사기’이다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국내 주식시장이 엄청난 활황이다. 유가증권 시장 종합지수는 41개월 만에 최고점을 돌파하였다. 새 대통령의 상법 개정 추진 공약에다, 정국이 안정될 것을 기대한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상 유통 현금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환율의 변동 등이 이번 활황의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간에서 ‘새 대통령이 전 국민이 참여하는 주식 리빙방을 운영하는 것 같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정권이 바뀌고 나서 그동안 저평가 되어있었던 한국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가끔 필자의 사무실로 문의가 오는 ‘리딩방 사기’를 한 번 이 지면에서 다루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오늘인 것 같다.

들어본 독자들도 계시겠지만, ‘리딩방’이란 채팅방 운영진이 주식매매를 이끌어주는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일컫는 신조어다. 매수할 주식 종목을 지정하여 주는 등 초보자들의 주식매매를 인도(lead)해 주기 때문에 리빙방이라고 부르는데, 시장 상황을 읽어주기(read) 때문에 리빙방이라고 부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주식매매에 서투른 초보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무슨 종목을 언제 매수해야 하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두려울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리빙방들은 그 두려움을 파고들어 리딩방 입장을 유도한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 특정 종목들을 ‘주가 상승을 목전에 둔 호재 종목’이라며 추천하여 매수를 종용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당신이라면 당신만 아는 기가 막힌 좋은 정보를 단체 채팅방 같은 곳에 뿌리겠는가? 그래서 나 혼자 얻을 이익을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겠는가? 필자라면 아무도 몰래 조용히 혼자 잇속만 차리고 입을 다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빙방 운영자들이 추천 종목 정보를 퍼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하셨겠지만, 사기를 치기 위해서다. 운영자들은 리딩방을 개설하기 전에 이미 해당 종목을 낮은 가격에 대량 매집하여 두었다. 그리고 리빙방을 개설한 뒤 그 종목을 ‘분명히 곧 오를 종목’이라고 추천하여 가격을 끌어올린다. 채팅방 일반 참가자로 가장한 바람잡이 아이디로는 운영자와 리딩방에 대한 찬양 채팅을 쓴다. 이에 속은 피해자들이 해당 종목을 매수해 나가기 시작하면, 운영자는 미리 싸게 매집해 놓은 물량을 비싸게 매도하여 피해자들에게 떠넘긴 뒤 사라지고, 리딩방은 폐쇄된다. 남겨진 것은 아무도 사주지 않는 가치 없는 주식을 어처구니없이 비싸게 산 피해자들뿐이다.

수법을 이렇게 잘 가르쳐드렸으니, 우리 독자들은 리딩방 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들 하시라. 큰 고생을 안 하고도 높은 확률로 큰돈 버는 일이 있다고 누가 꼬드긴다면 일단 사기라고 보면 된다. 복권은 큰 고생 없이 큰돈을 버나 확률이 낮고, 다른 대부분의 돈벌이는 큰돈을 벌기 위해 큰 고생이 들어가는 것들이다. 허황한 수익만 계속 좇으면, 사기꾼들과 변호사들만 미소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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