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인사 파동의 출발점은 ‘돈’
현금 수억 출판기념회·경조사 핑계
대통령은 장롱 속 돈 어떻게 여길까

송국건송국건TV 대표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숱한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인데, 국회 출입을 오래 한 필자가 주목하는 건 두 가지 지점이다. 첫째, 고3 아들의 습작 수준 표절 예방 연구물을 동료 국회의원이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했다는 정치 코미디다. 둘째, 자료로 확인된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걸로 드러나자 “출판기념회 등에서 받은 돈”이라며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운 해명(?)이다.

고교 동아리에서 작성한 연구 결과를 국회의원 아버지가 대표 발의하기는 그래도 민망했던가 보다. 동료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아버지는 거기에 다른 의원들과 함께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 법안은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묵혀뒀다가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실제 제도로 만들 수준이 아니므로 그렇게 방치할 거면서 왜 발의는 했을까. 고3 아들의 스펙 쌓기라는 게 경험에서 나온 추측이다. 김 후보자는 대학입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확인된 건 아니다.

서민들은 이 대목에서 조국 일가를 떠올린다. 아들과 딸의 스펙을 허위로 쌓다가 들통난 사건들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통이 더 컸다. 조국씨 아들과 딸이 가짜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스펙 쌓기에 이용한 곳은 로펌, 대학 등이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 입법기관을 통째로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끼어든 사람도 변호사, 교수 정도가 아니라 국민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들이다.

‘김민석 인사 파동’의 출발점은 돈 문제였다. 과거 채무로 포장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적 있는데, 비슷한 형태의 금전거래가 이번에 발견됐다. 그 밖에도 수상한 돈 흐름이 여러 갈래로 불거졌으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터졌다. 최근 5년 동안 김 후보자의 수익은 국회의원 세비 5억1천만원이 전부다. 그러나 이 기간에 쓴 돈은 추징금 납부, 생활비, 아들 유학비 등 13억원에 이른다. 이중 유학비 2억원은 전 부인이 지출했다는 해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6억원은 어디서 나왔을까.

김 후보자는 “재혼 축의금, 장인 조의금, 그리고 두 번의 출판기념회 수익금”이라고 주장했다. 뒤늦게 나온 해명이기에 다른 차원에서 유입된 돈이 아니냔 의심을 여전히 지울 수 없으나 일단 그 말을 믿기로 하자. 그래도 국민 정서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들이 그런 경험을 했을 때 통상적인 액수가 있지 않나. 그런 것만 맞춰봐도 그게 그냥 맞다”고 우겼다.

자기 정도 위치가 되면 경조사, 출판기념회 몇 차례 치르면 6억원이 현금으로 그냥 들어온다는 의미다. 허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수사받던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의 집에서도 현금 3억원이 발견됐다. 그 역시 조의금과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는 사실 목돈 마련을 위한 용도일 때가 많다. 의원들이 자기 이득이 되므로 법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식의 돈거래는 다른 형태로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엔 현금이 포함되는데 이를 누락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김 후보자가 2020년 다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신고한 재산에서 현금은 없었다. 매년 연말 신고 시점엔 0이 될 정도로 그때그때 다 써버렸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사실 총리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수사를 받을 때 자택에 보관하고 있던 억대 현금이 대장동 일당 측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고 검찰이 의심했었다. 당시 모친상 조의금 등으로 보관 중이었으며, 재산 신고를 했다는 해명이 나왔다. 과거 ‘성남시장 이재명’은 트위터에 “참 이상하죠? 돈 많은 분들은 왜 장롱에 보관할까요. 장롱도 이자를 주나 보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지금 ‘대통령 이재명’은 1호 인사로 발탁한 인물의 장롱 속 돈을 어떻게 생각할까.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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