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없는 통합 정신을 되새기고
여당 독주 제어 ‘정치적 중재자’로서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 리더십 보여야
정치평론가
“대통령이 되면 내 편, 네 편 없이 모두가 대한민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앞에서 수차례 약속한 말이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정권 출범 한 달이 다가오는 지금, 현실은 크게 다르다.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을 불러 오색국수를 대접하면서 입으로는 협치를 강조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일방통행 독주를 일삼고 있다. 정국은 새 정부 시작부터 꽁꽁 얼어붙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것처럼 행동했다. 취임 당일 국회의장 및 정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화합의 메시지를 냈고, 22일에는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G7 정상회의 순방 결과를 설명했다.
26일 국회 추경 시정연설에서는 “정치는 협치이고 소통은 의무”라며 야당 의석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대통령의 악수를 피하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철저하게 외면했고, 심지어 면전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고 말한 의원도 있었다. 그때의 야당에 비하면 지금의 야당은 ‘양반’이다. 그때보다는 훨씬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는 국민의힘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협치행보는 그게 끝이었다. 대통령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매사가 일방통행이다. 승자의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이 ‘협치와 소통’을 외치고 돌아서자마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보이콧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4석을 모두 가져가는 독주를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야당에 배려해온 법사위원장마저 여당인 민주당이 가져가면서 ‘견제와 균형’ 원칙이 무너졌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만 야당에 맡겨주면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사실상 통사정했으나 민주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뿐만아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온갖 결격사유가 드러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동의안 처리도 강행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김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는 것은 내란을 비호하고 대선결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출처가 불명확한 수 억원대의 자금을 비롯, ‘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온갖 의혹이 쏟아졌으나, 아무 것도 해명하지 못했다.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제출은 일체 거부했다. 민주당의 반대로 단 한명의 증인도 채택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맹탕 청문회였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해명할 것”이라고 여당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고, 민주당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의혹이 해소됐다”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의혹뿐만이 아니다. 김민석 후보자는 금년도 국가예산 규모조차 모르고 있었고,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물었더니, “20%, 30%”라고 말했다. 현재 국가부채비율은 48.4%다.
금년도 예산도, 국가부채 규모도 모르는 국무총리가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펑펑 퍼주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따름이다.
대통령은 협치를 외치고, 여당은 독주하는 상황은 ‘잘 짜여진 각본’ 같다. 대통령은 ‘굿 캅’, 민주당은 지금까지처럼 ‘배드 캅’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무시하듯이, 국민도 무시하고 있다.
정치는 타협과 협력이 근간이다. 더군더나 힘있는 여당이라면, 독주가 아니라 자신감으로 야당에 양보해야 한다. 양보는 힘있고 가진게 많은 쪽에서 하는 것이다. 협치는 이 대통령처럼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 온갖 재판에 시달려온데서 드러나듯이 도덕적 기반이 허약하다. 그럴수록 ‘힘’에 기반한 정치가 아니라 초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후보 시절 약속했던 ‘편가르기 없는 통합’의 정신을 되새기고, 여당의 독주를 제어하는 정치적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허약한 도덕적 기반을 극복하고 국민통합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굿캅’ 코스프레가 아니라, ‘리더’로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정치 리더십을 보여줄 때이다.
김경국 정치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