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한일 양 국민의 의식조사 결과를 지난달 25일 한일 언론사가 발표했다. ‘현재 한일관계가 좋다’고 답한 한국인은 55%(작년 43%), 일본인은 52%(동 50%)였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는 한국이 41%(동 29%), 일본은 43%(동 42%)였고, ‘친밀감’도 한국은 41%(동 33%), 일본은 47%(동 48%)였다. 한국인은 한일관계, 신뢰도, 친밀감 모두 대폭 올랐고, 일본인은 비슷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서 한국은 ‘기대한다’가 65%, 일본은 ‘기대하지 않는다’가 57%였다. 새 정부에서 향후 한일 관계는 한국이 ‘좋아진다’가 36%, 일본은 ‘변함없다’가 62%로 가장 높았다.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한일 양국이 60년간 우호 관계를 구축했는지에 대해 한국인은 ‘못했다’가 52%, 일본인은 ‘했다’가 47%였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양 국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오는 20일 참의원 절반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지난달 19일 전 국민에게 2만 엔(약 20만 원)씩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사흘 뒤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21석을 얻어 전체의 16.5%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고, 참의원 선거 전망도 어둡게 되었다. 특히 쌀값 폭등을 잠재워 내각 지지율이 33%에서 39%로 크게 오른 직후여서 충격이 더 컸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코로나19 때도 1인당 10만 엔(약 100만 원)을 나눠주며 소비 촉진을 꾀했다. 그러나 국민은 이 돈마저 소비하기보다 저축했다. 그런데도 선거를 앞두고 돈 뿌리기에 나서자, 일본인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철퇴를 가했다.
일본인은 현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1엔, 10엔짜리 동전도 갖고 다닌다. 또 빌린 돈은 반드시 갚는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면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걸리더라도 꼭 갚아야 한다. 돈에 대해 엄격하다 보니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기재 누락도 용서하지 않았다. 사건이 발각된 후부터 보궐선거, 중의원 선거 등에서 자민당에 연속 패배를 안기고 있다.
한일 양 국민은 정치인에 대한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다. 우리는 불법 헌금과 내로남불을 싫어한다. 최근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와 경조사에서 받은 돈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역화폐로 나눠주는 것도 일본 사례를 참고하길 바란다. 굳이 하겠다면 사용하고 남은 지역화폐 잔액은 백화점 상품권처럼 현금으로 돌려주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기보다 조금씩이라도 갚을 수 있도록 공공 일자리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어렵게 견디며 갚아온 이들도 납득하지 않겠는가.
한일 양 국민의 의식은 사안에 따라, 같기도 다르기도 하다. 앞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우호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돈도 늘 바르고 정확하게 다루어지길 기대한다. 뭐니 뭐니 해도 깨끗한 머니(돈)가 최고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