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아님 말고.” 많이 들어본 문장이다. 근거 없이 주장을 펼쳤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면서 내뱉는 말이다. 이 문장이 일종의 유행어처럼 퍼지게 된 것은 각종 큰 사건들이 발생하였을 때 일부 언론들이 목적성을 가지고 근거 없는 선정적 의혹 제기 보도를 한 다음에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많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 목적이라는 것은 대부분 해당 언론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권이나 정책을 폄하하기 위한 것 혹은 인터넷 황색 매체들이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행태를 시민들이 조롱하며 욕하는 문장이 ‘아님(아니면) 말고’다.

이와 같은 ‘아님 말고’식 의혹 제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당연히 가해자인 언론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데, 문제는 법률상 손해배상의 대원칙이 ‘실제 입은 손해까지만 배상받는 것이고,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더 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원을 도난당한 사람은 도난당한 100원에다가 그 100원을 돌려받기 위해 들인 노력의 대가 정도만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을 뿐, 1억 원을 배상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돌려받기 위해 1억 원을 들인 것은 아니라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악의적 언론 보도로 입은 피해는 ‘실제 손해’를 측정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실제 손해만 배상받을 수 있다는 원칙 때문에 제대로 된 배상을 받는 경우들이 그동안은 드물었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개정 입법들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언론사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위에서 이야기한 ‘실제 손해만 배상받을 수 있다’라는 원칙의 예외로서, 가해 행동이 ‘질이 나쁜’ 경우에는 실제 손해보다 더 큰 배상을 받을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현재 대한민국 실정법에는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다거나, 타인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한다거나 하면 실제 손해의 몇 배를 징벌적으로 물어주도록 하는 방식의 몇몇 규정들이 존재한다. 새 정부에서는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회사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존재로서 회사의 일이란 그 임직원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므로, 회사의 잘못에 대한 책임 추궁은 당연히 해당 행위를 한 직원에 대한 중첩적 책임추궁을 병행하게 되는데, 따라서 입법이 완료되면 ‘아님 말고’식 기사를 쓴 기자도 회사와 함께 몇 배의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나쁜 행태가 많이 잦아들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 대원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당연히 일정 부분 위축이 있을 것임이 자명하다. 그러나 헌법상 자유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호되는 것이므로, 한계 범위를 넘어서는 자유는 방종으로서 억제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제도의 튼실한 입법과 운영을 기대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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