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중국 전승절 참석 등
알맹이는 없었던 취임 한달 기자회견
국민들 궁금증은 어떻게 해소하나
정치평론가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진행 중인 5건의 재판을 딛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 지지율은 65%를 넘나들었다. 코스피는 취임 보름 만에 3,000선을 돌파했는데, 이는 3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통령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최단기간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자화자찬 했을 것이다. 질문도 고만고만 만만했고, 답변도 토크쇼하듯이 했으니까 만족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관전자들은 그리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외신 기자 147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15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는데, 그 가운데 국민들이 진짜 듣고 싶었던 질문은 한 두가지로 손 꼽을 정도였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기자들이 안했는지 못했는지 몰라도, 중요한 건 국민들은 결국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취임 한 달 소회와 보람을 느꼈던 일, 그리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협치방안’을 묻는 하나마나한 질문에 대통령은 무려 17분간 답변을 이어갔다. 질문과 답변을 포함하면 20분이었다. 이런 질문에 전체 기자회견 시간의 6분의 1이 소요됐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사사로운 소회나 경험담이 아니었다.
물론 그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기자들이 부족했다. 노련한 대통령이, 또는 대통령실이 기자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인상마저 지울 수 없었다.
대통령실에서 무슨 생각에 ‘뽑기’로 질문자를 선정했는지는 몰라도, 효과는 대만족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까다로운 질문을 하는 유력언론사 기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방편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보수언론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전통적인 신문 매체들이나, 주요 TV 방송기자들은 단 한 명도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국민이 진짜 듣고싶은 질문들은 나오지 않았던 이유일 수도 있다.
대통령은 스스로 “나의 한 시간은 5천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1억시간을 별 영양가 없는 질의응답으로 허비한 것이다.
“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우면서 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 장관을 임명했다. 기업들은 대단히 불안해한다. 민노총 출신 노동부장관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울리지 않지 않나”.
“당선 직후부터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되어가나. 특히 오늘(3일 기자회견 당일) 아침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급작스레 방한을 취소했는데, 한미정상회담 추진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중국에서 9월 3일 전승절에 참석해달라고 초청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초청에 응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시진핑 주석을 먼저 만나게 되는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도 ‘셰셰 외교’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또 반미친중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임기중 재판 중단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기가 끝나면 재판은 재개되는 것인가”.
“국제선거감시단이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6.3대선은 완전히 사기라고 주장했다. 미국 법무부와 정보국에 한국의 부정선거와 관련한 보고서도 제출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스 탄 전 미국 국제형사사법대사가 대통령과 관련한 심각한 발언을 했는데, 법적이나 정치외교적으로 대응계획은 없는가”.
“세간에서는 내란특검을 둘러싸고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국민들은 이런 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싶지 않았을까. 비록 원론적인 답변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싶었던 부분들이다.
그런데 기자들은 심지어 대통령의 휴가계획을 물어보면서도 이런 질문들은 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궁금증을 어떻게 해소하나.
김경국 정치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