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 환경에도 혁신이 필요
AIDT의 문제점 개선해 가며
학교 현장에 뿌리내길 기대한다

김영진 대구교총 회장
김영진
대구교총 회장
능인고 교사

새 정부가 들어서고 AI 디지털교과서(AIDT)가 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할 지가 교육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행히 지난 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AIDT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필자는 대학에서 디지털교과서 사용 방법에 관해 몇 년간 강의를 해본 경험이 있다. 필자가 중고교 시절엔 참고 자료를 교과서에 오려 붙이는 단권화 작업을 통해 공부를 하곤 했다. 디지털교과서는 교과서 안에 필요한 자신만의 자료를 구성하는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 교사 및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소통하는 장점, 교실 안을 세계 어느 곳과도 연결해 다른 나라 학생들은 물론 전문가들과 협력학습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점 등이 있다. 특히 AIDT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조력을 통해 개인별 수준에 맞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학습 맞춤 지원도구이자 똑똑한 보조교사라고 교육부에서 소개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몰입과 문해력 저하, 기술적 인프라 부족 및 인터넷 속도, 기기 관리 및 업무 부담, 개인 정보 유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디지털교과서 도입과정에서 의사결정에서부터 개발, 시행까지 일 년 반이라는 지난 정부의 무리한 추진 일정은 교사들로 하여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또한 AIDT의 잠재력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불가능하게 했다.

AIDT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필요하다. 당국과 교사, 그리고 학생, 학부모가 협력하여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교사들에게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교사의 성장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사 스스로가 교육 혁신의 주체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과서가 학습 도구이듯이 AIDT도 학생의 배움과 성장의 도구이고 교사가 중심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유명 기업들은 지나치게 아날로그식의 경영을 고수했기 때문에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지금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오늘날 기업은 혁신이 생명이며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교육 환경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에는 많은 교사들이 동의할 것이다. 알파고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보다 챗GPT 도입 후 2년 동안 세상이 더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교사가 받게 되는 심폐소생술 연수에서 강사는 완벽한 심폐소생술도 중요하지만 골든타임 내에서 적극적인 대처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AIDT 도입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국가 경쟁력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

10년 후에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여전히 논제가 될 수 있을까?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도 도입 당시에는 반대가 거셌으나 지금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교 현장에 잘 정착되어 있듯이 AIDT도 제기된 문제점들을 개선해 가면서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김영진 대구교통 회장 /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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