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 선출
대주주 편파적 경영 방지 가능
회사 경영의 불안정 우려도 있어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지난번, 이 지면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다뤘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상법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집중투표제다. 지난번 최종 개정안에서는 빠졌지만, 새 정부가 상법에 넣으려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가 투표다. 투표의 여러 방법의 하나가 다수결이다. 다시 다수결의 여러 방법의 하나가 단순투표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지지하면 당선된다. 그런데 집중투표제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집중투표제 설명을 하기에 앞서, 상법과 투표방식이 무슨 상관인지 먼저 이야기하자.
지난 회차에서도 설명했지만, 1천 개 가까이 되는 상법 조문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이 주식회사에 관한 부분이고,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그 운영은 ‘이사’에 의해 이뤄진다. 주인인 주주는 자기 대신 회사를 운영해 줄 이사를 선출하는데(물론 주주 자신이 스스로 이사가 되어 회사를 운영해도 되며, 1인 법인이나 소규모 법인들은 대부분 주주가 이사를 겸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 선출의 장소가 주주들이 모두 모인 자리, 즉 ‘주주총회’다. 주주들이 여러명일 경우 각 주주들은 서로 이사로 뽑아주고 싶은 사람이 다를 수 있는데, 당연히 자기 입맛에 맞는 이사를 뽑으려고 할 것이다. 이럴 경우 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출하게 되므로, 상법에 투표방식을 규정할 필요성이 있게 되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 선출에 있어 단순투표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정관에 미리 규정이 있거나 혹은 소수주주들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집중투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가 각 이사별 선출절차에서 투표할 수 있는 자신의 표를 다 집중해서 한 명의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제도이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주주가 2명인 회사에서 이사를 2명 뽑는 주주총회를 열었다. 두 주주의 주식 수는 각 60주와 40주다. 이 경우 단순투표제로 투표를 한다면 첫 번째 이사 선출 시에도 대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60표를 받고 선출되고, 두 번째 이사 선출 시에도 똑같이 대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60표를 받고 선출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로 한다면 40주 주식을 가진 소수주주가 2명의 이사에게 줄 표 합계 80표를 1명에게 몰아줄 수 있어서, 그렇게 80표를 받은 후보가 대주주로부터 60표를 받은 후보를 꺾고 선출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출될 가능성을 높여서 소수주주의 의견이 주식회사의 경영에 반영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회사들에서는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도록 만드는 내용이다. 제도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대주주의 입맛에만 맞는 편파적 경영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대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회사 경영이 안정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댄다. 역시 선진 자본시장으로 발전하는 기로에서의 진통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