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사소한 루틴 시스템화
정신 에너지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
강박 버리고 작은 습관 시작해보자
요즈음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서 공통된 아침 루틴을 발견한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머리맡의 핸드폰을 켜는 것이다. 알람 해제를 위해서거나, 시간을 확인하거나, 밤사이에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어젯밤 잠들고 난 후 들어온 카톡은 없는지, 이런저런 이유로 핸드폰을 켠다고 한다. 나도 그런 이유로 핸드폰을 켜서는 잠들기 전 듣던 유튜브를 볼 때가 더러 있다.
그나마 아침 식사를 위해 핸드폰과 멀어질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더욱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남편이 출근한 후 한 시간 반 정도를 텃밭과 정원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텃밭을 일구고 꽃을 가꾸면서 생긴 사소한 나의 루틴이지만 이 일을 끝내고 나면 뭔가 뿌듯하다고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서는 자유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자유 시간이란 것이 오히려 나를 갈등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어떤 순서로 시작해야 다 끝내고 좋아하는 영화라도 한 편 볼 수 있을까 싶어서이다.
안타까운 점은 어떤 순서로 하루를 시작해도 하려던 일을 만족스럽게 다 끝내지 못하고 저녁을 맞는다는 것이다. 순서와 시간을 잘 할당하여 루틴을 만들어두면 다 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고픈 일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인지 루틴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일로 두서없이 하루를 보낸 날엔 루틴을 지켜 정상을 차지한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검은 터틀넥 스웨터,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착용하던 스티브 잡스나 회색 티셔츠만 입는 마크 저커버그, 같은 색 정장만 고수한 버락 오바마 같은 이들은 의상에 대해 루틴을 정해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꼈다. 이들은 사소한 결정들을 루틴으로 자동화시켜서 중요한 일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을 이루어 내었다.
이에서 더 나아가 삶 자체의 원칙을 루틴으로 만들어 지키는 이들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은 아침에 일어나 활자로 된 3개의 신문을 꼭 읽고 하루 세 시간의 운동까지 완수하는 루틴을 지킨다고 한다. 뚱뚱하고 무식한 유재석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루틴을 지키려는 그의 끈기와 의지가 있기 때문이리라.
손홍민과 오타니 쇼헤이의 루틴은 그들을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게 했고,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간씩 글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명상과 일기로 하루를 여는 오프라 윈프리의 루틴은 창작과 방송에서 그 명성을 오래 유지하게 도와주었다.
이런 사람들은 좋은 루틴을 통해 일상을 시스템화시키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루틴의 가장 큰 장점이 의사결정의 부담을 줄여 정신 에너지를 좀 더 중요한 것에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루틴을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체리듬과 생활리듬이 다 다르니 말이다. 언제 집중력이 높은지, 어떤 활동을 함으로써 나의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릴 적 방학 숙제였던 하루 생활 계획표를 그리듯 나에게 꼭 맞는 루틴 만들기도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먼저 작은 습관으로 시작하고, 간단한 행동에서 복잡하고 강도 높은 것으로 나아가라고. 그리고 또 조언한다.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한번 실패했다고 바로 포기하지 말란 뜻이다. 우리에겐 미루기 편한 ‘내일’이란 것이 있으니,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오늘 10% 성공했으면 내일 20% 성공하면 될 것이다. 오히려 루틴을 지키려는 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나저나 루틴 만들기로 아낀 시간에 무엇을 하려는지? 이에 대한 답이 먼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