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대 겨울연가 포함 한류 열풍
온라인 플랫폼 통해서 열기 가속화
로제 ‘아파트’ K-서브컬처까지 각인

금동지 전 경남대 교수 / 경남대 고운학연구소 연구원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표현인 ‘국뽕이 차오른다.’라는 그 희열을 요즈음 내가 느끼고 있다. 영화관에서 「King of Kings」를 보고, 넷플릭스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을 보고, 유튜브에서 BTS와 GD의 해외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그들과 같은 조상을 가졌고, 그들과 같은 나라에 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문화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orea라는 나라의 국민, 즉 그들과 같은 K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한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 요소 앞에 ‘Korea’의 ‘K’를 따서 K-드라마, K-팝, K-에니메이션으로 부르는 이 현상의 시작이 어딘가 싶어 거슬러 올라가 보니 도약을 위해 꽤 긴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동은 이미 1990년대부터 걸려있었다. 「모래시계」 같은 시대 드라마를 통해 비판적인 사회시각이 허용되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댄스 음악이 대중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 시작하던 때였다. 2000년대가 되자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같은 드라마가 처음으로 한류라는 이름을 달고 일본에서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대장금」은 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프리카까지 수출되어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였다.

그렇게 시작된 한류의 열풍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아이돌 그룹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점차 확장되었다. 대형 기획사의 양성시스템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화려한 퍼포먼스, 해외 현지화 전략이 당시의 디지털 음악 시장의 성장과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이런 열기를 더욱 가속 시켰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했을 때는 전 세계인이 같이 말춤을 추었고, 2024년 블랙핑크의 로제가 「아파트」를 불렀을 때는 전 세계가 들썩이며 ‘아파트, 아파트’라는 구호를 복창했었다.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사용하는 ‘아파트’라는 구호를 인트로로 사용하여 ‘K-서브컬처’까지 각인시켰으니,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와 노래가 합쳐져서 만들어낸 열풍이었다. BTS는 또 어떤가! 팬클럽 회원과 SNS,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의 어마어마한 팔로워 수를 합치면 그 수가 1억도 넘는다니, 그야말로 K-팝으로 전 세계인이 같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그 안무까지 따라 하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 것만 같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우리나라의 놀이문화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2021년)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그 메시지보다 영화에 나왔던 게임 자체에 더 열광했다. 거대한 ‘영희’ 인형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멈춰야 하는 규칙은 여러 패러디나 밈으로 재생산되었고, 달고나를 만들거나 뽑기 게임을 하면서 만들어 올리는 영상 또한 대유행이었다.

먹이를 위해 사냥을 하는 동물들과는 달리 재미를 위해서도 사냥을 하는 인간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모두도 일종의 사냥터에서 매일 게임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미국에 본사가 있긴 하지만 소유주와 모기업이 소니 그룹인데, 일본 기업이 K-팝 아이돌의 삶과 안무와 활동을 고증하고 K-팝으로 세상을 구하고 악령을 제거한다는 컨셉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기 때문이다. 배경이 되는 한국의 음식, 의상 그리고 민화까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전 세계에 드러내었으니, 이 영화가 인기를 끌면 끌수록 한국의 매력이 더 배가될 텐데 말이다. 수익이 확실할 것만 만드는 비즈니스의 세계가 참으로 냉정하다 싶기도 했다.

이참에 K-콘텐츠를 이용한 모든 비즈니스가 잘 되기를 바라본다. 국뽕도 중요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나!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