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멈춘다고 문제 달라지지 않아
선고없이 심리만 하면 유죄 암시 격
외교안정·국익 위해 실체 규명 필요

송국건송국건TV 대표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22일 대북송금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공판기일 절차를 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재판부는 지난 1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도 심리 기일 ‘추정’(추후 지정)이란 형태로 중단시켰다. 이로써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인 5건의 재판은 모두 멈춰 섰다. 앞서 위증교사(서울고법) 선거법(서울고법) 대장동 사건(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적용해서’라는 짧은 이유를 대고 줄줄이 추정했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조항은 진행 중인 재판에도 해당한다는 나름의 해석을 내렸다는 의미다.

그런데 수원지법은 두 건의 재판을 추정하면서 그 사유를 길게 설명했다. “이재명 피고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고, 대한민국의 행정 수반임과 동시에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도록 하겠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지위를 따져서 심리를 중단하는 게 법리상 온당한지 반문할 수 있다. 그런 시비를 논외로 치더라도 재판부가 언급한 이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법정 밖에서 선결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대북송금 사건은 법정 재판이 멈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첫째,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미 별도의 재판을 통해 7년 8개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이 대통령은 빠지고 이 전 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만 재판을 진행하면 큰 혼선이 생긴다. 두 공범이 확정판결을 받았거나 혐의를 시인한 만큼 재판을 오래 끌 수 없다. 선고문에 ‘공범 이재명 피고인’의 연관성이 적시되면 논란이 일어난다. 이를 피하려고 심리만 하고 선고를 안 하면 사실상 이 대통령도 유죄임을 암시하는 격이 된다.

둘째, 대북송금은 국제사회도 주목한다. 이 사건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북한 방문 비용 300만 달러, 경기도가 지원하기로 한 스마트 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김 회장이 대신 보냈다는 혐의다. 이 대통령 연관성이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어겼다면 미국이나 유엔에서 문제 삼을 수 있음을 보수 진영 일각에서 꾸준히 지적한다. 따라서 대북공금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안정적 외교를 위해 법정 밖에서라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때마침 구속 중인 이 전 부지사는 사건이 조작됐다며 자신을 사면하라고 주장한다. 또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8월 귀국 가능성을 내비쳤다. 배 회장은 대북송금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의 재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대북송금특검'을 거론했다. 배 회장이 귀국해서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게 분명하므로 재판이 중단되더라도 리스크가 남는 이 사건을 털고 가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특검이 추진되면 야당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론상 특별검사 추천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내란·김건희·해병특검법에서 국민의힘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갖지 못했다. 세 특검의 수사 대상에 국민의힘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대북송금 특검이 성사되면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배제해야 한다. 그런 협상을 거쳐 특검 수사가 이뤄지면 검찰이 기소를 조작한 게 사실인지 가려낼 수 있다.

조작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대북송금 연루 의혹을 털어내고 떳떳하게 정상외교 활동을 펼칠 수 있다. 반대로 검찰의 기소에 잘못이 없다고 판명되면 재판 속행 여론이 조성된다. 대북송금 사건의 실체를 법정 밖에서라도 규명하는 건 국익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

송국건 송국건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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