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가 멀쩡한 아들을 며느리와 손주들 앞에서 사제 총기로 살해하는 온 세상이 깜짝 놀랄 사건이 있었다. 필자도 처음에 기사를 보고는 오보일 것이라 생각했었고,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슬픈 일을 당한 가족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사건에 적용되는 죄명이 ‘존속살인’이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존속살인은 비속이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건을 뜻하고, 이번 사건처럼 거꾸로 존속이 직계비속을 살해하면 일반살인죄로 처리된다. 노파심에 덧붙이지만, 존속이 조상이고, 비속은 후손을 뜻한다. 이번 사건은 직계비속이 존속에 의해 살해당하였으니, (법에는 없는 단어이지만) 이번 글에서만은 존속살인과 비교하기 위해 비속살인이라고 부르자.
존속살인은 형량이 추가되어 일반살인보다 더 엄하게 처벌된다. 살인 외에도 폭행, 상해, 유기, 학대, 감금, 협박 등의 범죄 또한 직계존속이 피해자면 가중처벌된다. 직계존속에는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직계존속(장인장모, 시부모, 시조부모 등)도 포함이다. 효(孝)를 중시하는 유교문화가 법에도 영향을 끼친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그런데 반대로 비속살인은 형이 추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판 여론 때문에 수십 년 만인 지난해 폐지되기는 했지만, 기르기 힘들 것이라는 사정 등을 이유로 영아를 살해하면 일반살인죄에 비해 형을 대폭 감경해주는 영아살해죄라는 것도 대한민국 형법전에 존재했었다. 자식을 직접 죽일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찢어지는 마음을 고려했던 조항이었다.
비속살인도 존속살인과 마찬가지로 일반살인에 비해 법정 형량을 올리자는 논의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직계존속으로부터 살해당하는 비속은 (이번 사건에서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아동이므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형량을 가중해야 한다는 논거 등을 댄다. 실제로 생활고 등을 이유로 일가족이 다 함께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을 보면 사실상 대부분은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신들도 뒤따르는 형태의 범죄다. 자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것이다. 다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자식을 직접 죽이는 부모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천벌을 받은 것과 진배없으니 굳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논거를 제시한다.
앞에서도 썼듯 아무래도 유교 영향권인 우리나라에서 존속살인보다 중하게 혹은 동일하게 비속살인의 형량을 법전에 규정한다는 것이 앞으로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일선 재판 실무에서라도 비속살인을 법정 형량 내에서 최고로 엄하게 처단하여 경종을 울려줄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된다. 슬픈 소식을 접하고 한 번 생각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