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변화’·후자 ‘지속성’에 포인트
자신의 자본·감정·시간·지식 고려
어느 시장서 ‘빛’ 발할지 판단해야
한때 이런 말이 유행했다. “돈 버는 건 간단해요. 정보를 먼저 가진 사람이 이기죠.” 정보가 희소했던 시절엔 맞는 말이었다. 남들보다 먼저 아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고, 그것이 곧 전략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보는 넘쳐나고,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진짜 어려운 것은 그 많은 정보 중에 무엇을 믿고, 무엇을 걸러야 할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제는 정보보다 해석이, 속도보다 통찰이 중요해졌다. 정보력보다 ‘판단력’이 판을 가른다.
지금 가장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곳은 어디일까? 누구나 한 번쯤 뛰어들고 싶어하지만, 막상 들어가면 더 혼란스러운 곳. 바로 주식시장이다. 요즘 장을 보면, 그야말로 트렌드 폭풍이 몰아친다. 오늘은 AI, 내일은 반도체, 그다음엔 자율주행이나 로봇. 하루에도 몇 번씩 “이번엔 뭐가 뜨지?”라는 말이 반복되고, 주가도 그에 따라 출렁인다.
코인 시장은 또 다른 결을 가진 세계다. 더 빠르고, 더 감정적이며, 변화가 훨씬 급격하다. 디파이(DeFi), NFT, 레이어2, 리퀴디티 프로토콜 등 처음 듣는 단어들이 쉼없이 등장하고, 그때마다 시장의 판이 흔들린다. 익숙하지 않아 위축될 수 있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변화가 세상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감각이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감정이 출렁이는 시장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리듬을 가진 자산도 있다. 바로 부동산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부동산은 재미없다.” 맞는 말이다. 하루 만에 두 배가 되는 반전도, 짜릿한 흥분도 없다. 하지만 그 대신, 단단함이 있다. 느리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흐름, 그것이 부동산의 힘이다. 겉으로 보기엔 복잡하다. 금리 인상, 공급 조절, 규제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도 신호는 존재한다.
예컨대 수도권 아파트는 하락세를 보이지만, 역세권 소형 오피스텔은 연일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왜일까? 그 중심에는 1인 가구의 증가, MZ세대의 실용적인 주거전략, 그리고 월세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있다. 사람들은 이제 ‘가지는 것’보다 ‘머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투자자가 읽어야 할 것은 단순히 가격이나 입지 조건이 아니다. “이 공간은 누구의 삶을 담을 수 있을까?” “이 상품은 어떤 흐름과 연결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차익보다 변화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 시장도 결국 속도보다 방향에 반응하고, 단기 수익보다 지속 가능한 흐름을 감지한 이에게 보상을 안긴다. 그게 바로, 변화의 속도를 이겨내는 투자자의 생존방식이다.
부동산은 실물이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수익이 멈춰도 ‘사라지지 않는 자산’이다. 이 점이 주식이나 코인과 다른, 부동산만의 본질이다. 물론 진입 장벽은 여전하다. 자본금, 대출, 운영 리스크까지 모든 것이 퍼즐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준비된 사람에게는 여전히 기회로 남아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듯, 부동산은 여전히 가장 예측 가능한 미래를 품은 자산이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은 어떤 사고로, 어떤 시장에 서 있는가? 어느 쪽이 더 낫다거나,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자본, 감정, 시간, 지식이 어느 시장에서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묻는 일이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