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특검팀 윤 강제구인 과정 브리핑
노골적이고 왜곡된 설명으로 논란 유도
‘국민 알 권리’ 핑계 ‘망신주기’에 불과해

김경국정치평론가
김경국
정치평론가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무리한 수사”라면서 조사를 거부해왔고, 특검은 이미 구속중인 전직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급받아 지난 1일 영장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완강하게 버티면서 실패했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온갖 조롱과 험악한 말이 터져나왔고,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커튼이나 담요로 돌돌 말아서라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며 특유의 막말로 강제집행을 주문했다. 이제 여당 대표 신분이 되었으니, 강제소환은 특검에 대한 일종의 ‘지침’이 될 수도 있겠다.

이에 윤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 몸에 불법적으로 손을 대는 순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강제구인 시도는 AP와 AFP, 로이터 통신등 세계적인 통신사들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그게 국가망신으로 보여졌건, 아니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압으로 비쳐졌건, 담장 밖으로 넘어간 것 또한 팩트다. 특히 강제구인 시도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특검측에서 공식 브리핑하면서 국내외적인 파장을 자초했다. 윤 전 대통령이 ‘수의를 벗은 채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체포를 거부했다는 특검의 ‘친절한 상황설명’ 때문이다.

특검팀이 중계방송하듯이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했고, 곧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특검팀이 강제구인을 위해 도착하자 피의자가 수의를 벗어버리고 속옷차림으로 저항했다”는 정성호 법무장관의 ‘도넘은’ 설명도 이어졌다. ‘사각팬티’까지 거론된 민망한 상황설명이었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인격모독과 망신주기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오정희 특검보는 한 기자의 문제제기에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속에서 수감자의 복장상황까지 국민들의 알권리 범주에 해당하는지는 특검측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속옷차림’을 언급한 것은 본질을 벗어난 브리핑이었고, 선정적인 궁금증을 유발한 망신주기였을 뿐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정이 알려지자 즉각 “조폭 행태”, “변온동물”, “국격을 망가뜨렸다”는 등의 온갖 비아냥과 비난이 쏟아져나왔다. 해외언론에서도 ‘토픽’감으로 보도됐을 것이다. 가십거리를 ‘정색을 하고’ 브리핑한 특검의 노림수가 바로 이 부분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측 설명은 다르다. 구치소의 통풍 문제와 당뇨병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이상 등 건강상의 이유로 특검팀이 오기 전부터 이미 수의를 벗고 있었고, 다른 수형자들도 더위를 이기지 못해 속옷차림으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구치소에서도 이를 양해하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고 한다.

이쯤되면 법무부 장관은 “조폭보다 못한 행태”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사과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하는게 우선 아닐까. 과연 국격은 누가 떨어뜨렸나. 40℃에 육박하는 구치소내에서 수의를 벗고 속옷차림으로 버틴 전직 대통령의 강제구인 시도 장면을 마치 가십거리 다루듯 묘사하는 것이 과연 문명국가에서 바람직했던 일인가.

심지어 특검팀은 속옷차림의 전직 대통령을 촬영까지 했다고 한다. 경위야 어찌됐건, 민망한 차림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은 망신주기를 떠나 야만행위에 다름 아니다.

언제부터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렇게 공을 들였나.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수감중인 전직 대통령의 속옷 모양이나 색깔이 아니다.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한미통상 협상 과정과 왜 정부와 미국 백악관의 브리핑이 다르냐는 것이다. 정작 ‘속옷 저항’보다 민망한 것은 힘빠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 쇼’가 아닐까 싶다.

김경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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