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욕망·불안’ 집단 감정 반영
불확실성 차분히 다룰줄 알아야
현실 왜곡 무모한 선택 피할 수 있어
부동산을 단순히 시멘트와 철근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내부에는 물리적 구조를 넘어서는, 인간 심리의 복잡하고 섬세한 결들이 얽혀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조차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욕망과 불안, 믿음과 두려움이 뒤섞인 집단 감정의 반영이다. 겉으로는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누가 먼저 움직일지를 살피는 심리게임에 가깝다. 우리가 투자하는 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그 기대의 가치는 언제나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는 기회의 땅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겐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투자 결과가 기대와 어긋날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내 선택만 빗나가는 걸까?” “철저히 준비했는데, 왜 수익이 남지 않는 거야?” 이 질문이 반복되면, 자기 확신과 자책이 뒤섞이며 감정은 점점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단순한 실망을 넘어, ‘내가 옳다고 믿었던 선택’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자신을 덮쳐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부조화’라고 부른다.
이때 사람들은 혼란을 직면하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더 깊이 매달린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이 선택은 옳았다”는 자기 확신은 일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결국 현실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만들고 자신을 착각의 틀에 가둬버린다.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위험하다. 다 알았다고 믿는 순간, 사람은 새로운 정보에 귀를 닫고, 낯선 변화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된다. 스스로 모든 것을 꿰뚫었다는 확신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경고를 놓치게 만든다.
부동산시장의 변화는 결코 수치나 구조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움직임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 그리고 집단이 만들어내는 심리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심리는 언제든, 누구에게든, 예상보다 훨씬 쉽게 요동친다. 경기 지표 하나, 뉴스의 문장 한 줄, 금리 발표의 수치 변화 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은 출렁이고, 그 파동은 시장 전체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초기 상황을 떠올려 보자.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퍼진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공포’였다. 아직 오지 않은 위협에 불안을 느끼며 서둘러 집을 내놓았고, 어떤 이들은 그 혼란 속에서 기회를 감지하고 조용히 매수에 나섰다. 그때 시장을 움직인 것은 통계가 아니라 심리였다. 공급과 수요의 움직임 이면에는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감정의 진폭이 있었고,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이 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불안은 개인의 마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집단을 타고 전염되며, 거대한 시장의 흐름마저 바꿔놓는다. 누군가는 과도한 불안에 움츠러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모든 것을 꿰뚫었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무모한 선택을 감행한다. 그러나 이처럼 상반된 반응조차, 결국은 불확실성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방어기제일 뿐이다.
부동산 투자도 결국, 불확실성을 얼마나 차분하게 다룰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빈틈을 겸허하게 메워나가는 태도야말로 투자자의 기본기다. 이것은 단순한 분석능력 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자기 인식, 감정 조절, 판단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심리적 역량이 요구된다. 이처럼 부동산과 얽힌 감정은 단기적인 손익을 넘어서, 삶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심리적 잔재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감정의 파동에 휩쓸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지켜내려는 태도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