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절반도 채우지 않은 조국의 사면
힘 있으면 죄 지어도 벌 받지 않는 사회
청년 좌절감 야기·사회갈등 심화 우려

김경국정치평론가
김경국
정치평론가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면됐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한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조국 전 대표의 특별사면은 우리 사회에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동반한다.

우선 형평성 문제다. 조국은 형기의 3분의 1을 복역한 상태에서 사면되는데,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더군더나 그는 정치검찰의 폭압적인 수사에 의해 피해를 당했다면서, 눈꼽만치도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입시비리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예민한 사안으로, 교육 기회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시키는 악질 범죄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은 입시비리로 고통받는 청년과 학부모들에게 좌절감과 실망감을 안겨주며, 사회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억강부약·대동세상’을 외치며 대권을 거머쥔 이재명 정부의 첫 사면 대상이 권력자들이었다는 점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초반 민생사범에 집중하고 화합과 통합에 방점을 찍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정반대였다. 입시비리를 저지른 조국 전 대표 부부와, 조국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최강욱 전 의원도 포함됐고, 조국의 딸에게 장학금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벌금 1000만원 형이 확정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 원장은 복권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조국 일가의 입시비리 혐의 전체에 대해 흔적을 지워버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 등은 여기서는 논외로 치겠다.

조국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조국 일가족이 정치검찰에 의해 도륙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무슨 도륙을 당했나. 조국은 고등법원에서까지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도, ‘정치보복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정당을 창당해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뿐만 아니라 원내의석 12석의 정당대표까지 지냈다. 부인 정경심씨는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책으로 엮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염치’는 처음부터 기대해서는 안되는 단어였다. 딸 조민은 의사면허를 박탈당했다고 하지만, SNS 인플루언서에 화장품 사업으로 ‘잘나가고’ 있다. 언제 입시비리가 있었느냐는 듯이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도륙당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인가.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을 생각해보자. 학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다.

그후 쌍둥이 일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쌍둥이 일가족은 조국 가족과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 기자가 그 가족의 근황을 SNS에 올렸는데,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삶을 살고 있었다.

두 사건을 동일화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사회의 민감한 부분인 입시문제와 관련된 비리라는 점에서 비교대상으로 올려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나라에 미친 해악으로 따지면, 조국 사건은 헌정이래 최대의 국론분열을 야기했던 사건으로, 그 분열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기자에 따르면, 부부는 스트레스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이혼했고, 남편은 3년형을 선고받아 형기를 모두 채운 뒤 얼마전 출소했다고 한다. 출소한 남편은 ‘엉망진창이 된 두 아이를 데리고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지방 모처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남편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고, 대인 기피증을 겪는 두 아이는 하루 종일 집안에만 틀어박혀 핸드폰만 잡고 있다’고 했다.

조국 부부나 쌍둥이 아빠나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쪽은 반성이나 사과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음에도, 죄값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풀려나온다. 다른 한쪽은 형기를 다 채우고도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피폐해져버렸다. 최악의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게 공정인가.

이제 조국 전 대표는 정치를 재개하면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반열에 올라설 것이다. 우리사회는 어느새 잘못을 저질러도 힘이 있으면 벌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부터.

김경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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