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협박죄는 무관용원칙 적용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경각심 주고
피해자 신속 배상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APEC을 앞두고 허위 폭발물 협박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과 6일에는 서울과 경기 하남, 용인의 신세계백화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온라인 게시글로 손님과 직원 4천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일로 3시간 동안 6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8월 8일 밤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상담센터에 ‘서울 소재 백화점 네 곳과 광주광역시 백화점 한 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팩스가 전송됐다.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돼 2시간 가량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8월 13일에는 ‘용인 에버랜드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문건이 팩스로 전달돼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 소방공무원 등 200여 명의 공권력이 현장에 긴급 투입됐다. 방문객의 입장을 통제하고 장시간 수색을 벌였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건들은 우리나라가 위험한 국가라는 잘못된 인식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켜 국가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위협하는 허위 폭발물 신고에 가담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접수된 허위 신고 건수는 2018년 4천583건에서 2024년 5천435건으로 6년 동안 약 20% 증가했다.
공중협박죄는 2023년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서 연쇄적으로 퍼진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하기 위해 올해 3월에 신설됐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연히 협박할 경우에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중협박죄 시행 이후에도 허위 폭발물 협박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력 등 공권력의 낭비와 시민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유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 공권력이 분산되고, 긴장감이 떨어져서 정작 실제로 위험한 긴급상황 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또한 관련된 공공 기관과 민간기업 등에서 영업 손실과 시민 불편을 이유로 ‘꼭 대피를 해야 하느냐’는 식의 저항이 나올 수도 있다. 즉 ‘양치기 소년’의 비극처럼 실제로 테러에 준하는 위협이 발생해도 치안협력 시스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최근 폭발물 테러 허위 위협 범죄자들이 대부분 10대와 20대 등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SNS에 익숙한 청년층이 사이버 공간에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사회적 불만을 분노와 스릴로 표출함으로써 심리적 쾌감을 얻으려는 것이다. 아울러 모방 범죄심리도 작용한다. 최근 폭발물 협박이나 테러 예고 사건은 앞선 사건들을 모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5일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벌인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에 또 다른 20대가 “나도 신세계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같은 범죄들은 공중협박죄의 입법 취지에 맞게 엄벌해야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공중협박죄 제도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총 72건의 사건이 접수돼 48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37명(약 77.1%)이 검찰로 넘겨졌는데, 이 중 4명(8.3%)만 구속됐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유사한 범죄를 막을 수 없다. 강조하건대, 엄중한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 책임도 물어야 한다. 형사법원을 통해 유죄를 받으면 민법 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만약에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민법 755조에 따라 그 부모 등 감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허위 신고로 경찰특공대(SWAT) 등 대규모 인력을 출동시켜 혼란을 유발하는 것을 ‘테러급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 또한 형량 강화와 손해배상 등 처벌 수위를 높여 범죄의 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허위 폭발물 협박죄에 대해서 무관용원칙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형사뿐만 아니라 민사소송 청구를 통해서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자가 민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형사법원에서 신속하게 배상받을 수 있는 형사배상명령 제도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