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실패, 전체로 ‘일반화’ 금물
투자란 장기적 흐름 속 판단 중요
심리적 거리두기로 감정 배제해야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김준영 빌사부 부동산중개법인 본부장

우리는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믿지만, 정작 우리를 가장 많이 속이는 건 바로 ‘우리 자신’이다. 특히 감정이 깊이 개입된 상황일수록, 우리의 사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왜곡된 렌즈를 통해 해석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 부른다. 현대 인지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Aaron Beck)은 “사람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감정의 렌즈를 통해 본다”고 말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생각이 감정을 이끌고, 감정은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이미 왜곡되어 있다면, 그 아래 쌓인 모든 판단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때마다 마치 공식처럼 퍼지는 말이 있다.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 언론 보도와 온라인 커뮤니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한 방향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한 번의 실패나 일시적인 가격하락 만으로 전체 시장이 무너졌다고 성급히 결론 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앙화(catastrophizing)’ 편향의 전형이다. 특히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불확실성을 견디기보다 회피하려는 방향으로 사고가 기울기 쉽다. 미래를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바라보기보다, 감정의 그림자가 덧씌워진 극단적 예측으로 채워버리는 것이다.

이런 편향이 실제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B씨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시장 하락을 목격한 후, 부동산 전체가 실패할 것이라는 확신에 사로잡혔다. 모든 계획을 철회했고, 심지어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후 시장은 회복세로 돌아섰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깨달았다. 시장의 하락은 일시적인 흐름이었으며, 부동산시장은 본질적으로 복원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는 자주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의 함정에도 빠진다. 쉽게 말해서, 한 번의 실패를 전체로 확장하고,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체 시장이나 나의 능력인 것처럼 일반화해버린다.

한편,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또 하나의 심리적 편향으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작은 손해를 크게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피하려는 나머지 더 큰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감정적 회피는 결국 시기의 오류를 낳고, 결정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심리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감정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해석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 감정을 사실처럼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판단해야 하며, 감정은 늘 그 시야를 흐릴 위험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한 발짝 물러나 관찰자 시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투자의 시작이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첫 단추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지 왜곡, 감정 조절 실패, 손실 회피 등 투자자가 마주하는 심리적 장애물과 그 대응법을 살펴보았다. 이들은 모두 외부 상황이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 편향이다. 투자는 단순한 숫자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다루는 일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고의 중심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당신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진짜 자산’일지도 모른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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