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지난번 안동에서 학부모가 시험지를 훔칠 목적으로 학교에 몰래 들어갔다가 잡혔던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이 지면에서 건조물침입죄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실제 사건은 한밤중에 몰래 들어갔다가 들통난 것이었기 때문에 침입죄의 성립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가정적으로 ‘주인의 승낙을 받아서 들어간 것이었지만 사실 주인이 모르는 범죄의 목적이 있었던 경우라면 침입죄가 성립하는가’에 관해서 이야기했었고, 대법원 판결은 과거에는 ‘범죄 목적이었음을 주인이 알았더라면 출입을 불허했을 것이므로 침입죄가 성립한다’였는데, 전원합의체 판결로 태도를 바꾸어 이제는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갔더라도 들어간 행위 자체가 평화롭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가 되었다는 내용을 알려드린바 있다.
침입죄에 대하여 이렇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죄의 성립 범위를 줄여주는 변경이 있었는데, 이왕 그 내용을 다뤘던 김에 연관 판결들을 더 소개하려 한다. 시일은 좀 지난 사건들이지만, 역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침입죄 성립의 범위를 줄였던 사건들이다.
사건은 서로 다른 두 개인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날한시에 났다. 두 사건 모두 시작은 부부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번째 사건의 당사자 부부는 아내에게 상간남 애인이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상간남을 집안에 불러들여 간통을 했는데 딱 걸렸다. 검사는 상간남이 남편 의사에 반하여 들어왔다면서 상간남을 주거침입죄로 기소하였다. 두 번째 사건의 당사자 부부는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이 화가 나 가출을 했는데 그사이 아내가 비밀번호를 바꿨다. 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남편은 자기 부모를 대동하고 다시 왔는데 마침 아내는 집을 비운 상태였고 처제가 집을 지키고 있으면서 언니가 올 때까지는 열어줄 수 없다고 버텼다. 남편과 그 부모는 문 걸쇠를 부수고 들어갔다. 검사는 남편과 그 부모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하였다.
위 두 사건에서 대법원은 모조리 주거침입죄 무죄를 선고하였다. 첫 번째 상간남 사건에서는 ‘남편이 알았더라면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공동 주인인 아내의 허락을 받아서 평온하게 들어온 것이므로 무죄’라고 하였다. 제일 앞에서 이야기했던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갔더라도 들어간 행위 자체가 평화롭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 걸쇠 파손 사건에서는 ‘공동거주자 일방(아내)이 다른 공동거주자(남편)의 정당한 출입을 부당하게 막을 경우 이에 대항하여 들어가더라도 침입죄가 되지 않으며, 설령 제3자(시부모)가 함께 들어갔더라도 마찬가지’라는 논리로 무죄라고 하였다. 아내의 의사에 반하는 출입이기는 하나 남편이 그 부모를 대동하고 ‘내 집’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위 상간남 출입 사건과 동일하게 침입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우연히도 부부갈등에 연유한 주거침입죄 사건들에서 이렇게 대법원이 연달아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있었기에, 한 번 알려드려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