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장기 이식 아직 온전하지 못해
기증 서약, 신세 진 사회에 대한 보답
타인에 새 삶 선물 숭고한 약속이기도
경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장기기증자의 이웃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생명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하여 2018년부터 매년 9월 중 두 번째 월요일부터 1주간을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하여 장기기증 서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질병이나 외상으로 신장이나 간, 심장 등 특정 장기 기능을 잃은 후 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1천여 명으로, 10년 만에 2배 증가했다. 그러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연간 400명 대로 정체되고 있어, 장기 공여자와 이식 대기자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기이식 대기자 중 매년 약 2천 명 이상이 이식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이어지고 있다.
말기신장질환인 경우 정기적으로 평생 투석 치료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이식에 비해 투석 치료는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삶의 질이 현저히 낮으며, 치료 비용 또한 더 많다. 반면 신장을 이식받게 되면 더 오래 살 수 있으며 이병율, 삶의 질, 치료 비용면에서도 더 유리하며 자유로운 식단도 가능하다. 따라서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는 신장 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장기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동물, 특히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돼지는 번식력이 뛰어나고 그 장기가 사람의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향후 유망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면역 거부 반응과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외국의 두 사례를 살펴보면, 이식 수술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안타깝게도 두 환자는 모두 이식후 생존기간이 길지 않았다. 첫 환자는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식 후 약 60일 후, 두 번째 환자는 이식후 항돼지 항체가 생성되어 40일 후 사망하였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서, 줄기세포와 조직공학 기술을 이용한 장기 재생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단순한 조직이나 일부 기능을 가진 장기(예를 들어 방광, 음경 등)는 이식이 시도되고 있으나, 복잡한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간은 매우 정교한 조직학적 미세구조와 생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완벽히 재건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이식할 장기는 현재로서는 사람의 것이어야만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두 개의 신장 중 하나를 기증하는 경우, 수술 과정에서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기증 후 남아 있는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평생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사후 기증에서는 뇌사 판정 후 확보한 신장, 간장, 심장, 폐, 췌장, 각막 등 여러 장기들을 확보하여 대기중인 환자들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분배되므로 다수의 환자들이 혜택을 받게된다. 사후 장기기증 서약은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신세를 진 사회에 보답하겠다는 결심이자, 주위의 대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게 되는 매우 숭고한 약속이다.
이와 같이 수많은 장기이식 대기자들에게 혜택을 줄 장기를 확보하는 핵심 과제로서 사후 장기기증 서약 운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장기기증희망등록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는 경북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뇌사자 장기기증을 활성화하여 더 많은 대기 환자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원동일 경북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