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생각·야릇한 편법서 비롯된
강릉 물 부족·조지아 한국인 구금
법·규칙 지켜 예측가능 나라 돼야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운전하다 보면 갑자기 끼어드는 차와 차도로 뛰어드는 사람이 가장 겁난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왼쪽으로 가는 차는 사고 위험도 높다. 예측할 수 없기에 두려움과 위험도 커진다. 지구촌 여기저기서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곧바로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 폭탄을 퍼부었다. 우방 등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설마 하던 각국이 혼란에 빠졌다. 빨리 협상하는 게 유리할 거라는 말에 일본, EU에 이어 우리도 7월31일 가까스로 협상에 성공했다. 그리고 8월 27일(현지 25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 3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일어나는 듯”이란 글을 올렸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슬기롭게 넘겼다. 철저한 준비와 말 바꾸기에 익숙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9월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군사작전처럼 이루어진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체포·구금되었다. 공장 완공을 위해 한국 근로자들이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출장 가서 일하다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고, 이 장면은 전 세계로 퍼졌다. 트럼프는 “우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짧게 말했다.
국내는 8월 24일 노란 봉투법, 25일 상법 2차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통과되었다. 앞으로 노조 활동은 거침이 없게 되고, 기업은 경영권 지키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한 재계 총수들의 심정은 착잡했으리라 보인다. 또 구금 당한 출장 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가족과 기업인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일본은 9월 7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을 사임했다. 참의원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졌다. 그간 선거 3연패라면 사임하는 관례를 깨고,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 민생 경제 대책 등을 이유로 연임을 꾀했다. 당내 사임 움직임이 거세지고 지지파 간부의 당 화합을 위해 용퇴를 설득했고, 받아들였다. 앞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가 있겠지만, 5~6 후보 가운데 당 개혁과 야당 협력을 이루어낼 사람이 선택되리라 보인다. 일본도 정치가 가장 뒤떨어졌다고 하지만, 상식과 대화를 통해 결론을 내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우리는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나름 대비하며 살아간다. 태풍,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두렵지만 방비를 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안일한 생각이나 야릇한 편법은 강릉 물 부족, 조지아 한국인 구금 같은 큰 충격을 준다. 법과 규칙은 모두가 늘 지켜야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 평생 법 잘 지킨 이는 돌발상황을 만나면 당황하기 쉽다. 반면 편법에 능한 이는 수월하게 지나간다. 그래도 예측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리라 본다.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