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비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부터 떠오르시는가? 전국시대 법가 사상가 한비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신용카드 회사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할 것은 외국 나갈 때 필요한 그 ‘비자’다. 신용카드 회사 이름과 영문 철자는 ‘visa’로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다. 한국에서는 ‘사증(簽證)’이라는 한자어도 같은 뜻으로 함께 사용한다.

개별 국가는 다른 나라 국민이 자국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거나 거절할 권리를 보유한다. 당연히 허락을 해 주느냐 마느냐는 해당 국가의 전적인 자유다. 이때 허락을 증명하는 서류가 비자다. 우리가 외국에 나갈 때 사용하는 여권의 속지 대부분은 이 비자(사증)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여권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추가로 적어보자면, 여권은 ‘여행할 때 소지하는 책자’에서 기원한 단어로서, 현대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분증을 의미한다. 여권과 비자가 모두 외국에 나갈 때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두 가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비자는 하나의 개별 서류인 것이 원칙인데, 일반적으로 위에서 얘기한 여권 속지에 입국 허락의 문구를 기재하거나 도장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이거나 하는 간략한 방식으로 서류를 제공함이 보통이고, 중요하거나 복잡한 내용의 비자일 경우 별도의 종이에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한국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전에 단체로 중국 여행을 떠나보신 분들은 이 별지비자를 받아보신 기억이 있으실 것이다. 그 외에 발급 시기에 따라, 사전에 미리 발급받아놨다가 현지에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전비자와 현지에 도착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는 도착비자 등으로 종류가 나누어지기도 한다. 비자를 발급하는 시간과 노력 자체가 아까우니 아예 비자 없이 관대하게 입국을 허용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를 위에서 말한 ‘무비자 입국’이라 부른다.

한국은 비자 발급 업무를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관할한다(어느 부처에서 관할하든 그 나라의 자유다).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이십여 년째 대한민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고 있는 한 전직 연예인이 반복해서 대한민국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고 소송을 걸어오고 있는데, 그 소송의 피고도 법무부 및 그로부터 비자 발급 권한을 위임받은 로스앤젤레스 영사관이다.

며칠 전 한국 회사들의 미국 공장 건설 현장에서 적합한 비자 없이 미국에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단속되어 구금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비자 발급 여부 및 그 종류의 선택은 해당 국가의 전속적이고 자유로운 권리임을 앞에서 이야기했는데, 그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가 이번 난리가 발생한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큰 탈 없이 해결되기를 바라본다.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