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박동균대구시자치경찰위원회상임위원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으로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청이 본격적으로 자치경찰제 손질에 착수했다. 이재명 정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앙집권적 경찰 구조를 분산하기 위한 제도로 설계됐지만, 실질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은 경찰청이 갖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관여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제는 지금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일원화 체제에서 이원화 체제로 자치경찰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자치경찰제는 방향성만 설정된 것이지, 구체적인 세부 방안 및 운영 방식은 심도있는 논의 후 결정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찰이 창설된 이후 76년만인 2021년 7월1일부터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가동되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2021년 5월20일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출범과 함께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였고, 그해 7월 1일부터는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필자는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20여년간 근무하다가 대학을 휴직하고,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공무원)으로 일했다.

필자가 경험한 자치경찰 시행 3년을 종합해 보면,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안전과 생활안전 같은 자치경찰 업무는 국가경찰보다 자치경찰이 더 적합하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자치경찰은 주민자치행정과 경찰행정을 잘 융합시켜 놓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 시설 측면에서 인프라가 튼튼하고, 여기에 경찰행정이 합쳐지니까 상승효과가 배가되는 것이다. 지역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안전의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경찰권을 잘 운영해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경찰을 하지 않는 국가는 북한,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나 주로 후진국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묻지마 흉악범죄도 ‘자치경찰제’로 풀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묻지마 범죄자들은 사회 부적응과 은둔형 외톨이 등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현병 환자 중에서 치료를 중단한 사람들도 위험군에 속한다. 지역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소외된 주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후 이들에 대한 따뜻하고 든든한 맞춤형 복지정책이 필수적이다. 자치경찰을 중심으로 묻지마 흉악범죄나 층간소음 시비, 어린이 유괴 등에서 대해서 적극적인 공동체 노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 내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소방, 시민단체 등 다양한 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재명 정부에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각자의 특성을 살려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분리되지 않고, 국가경찰관의 신분으로 자치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진정한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

자치경찰제가 지난 4년간 여러 가지 법률적 한계가 있는 제도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 생활안전 및 범죄예방 등 시민 안전을 위해 많은 성과를 내왔다.

출범한지 100일이 넘은 이재명 정부의 자치경찰 개혁의 첫 단추로 파출소와 지구대를 자치경찰 소속으로 해서 공동체 치안, 시민협력 치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법률 개정 사항도 아니고, 당장 시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자치경찰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수정할 것이 많다. 조금씩 나타나는 과정상의 오류를 수정해 나가고, 오직 시민 안전을 위한 진정한 자치경찰제로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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