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온 나라를 꿰뚫는 거대한 법률상 시사 이슈가 딱히 없었던 지난 일주일로 생각되기에,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가끔 필자의 사무실로 문의가 오곤 하는 ‘형사합의’에 관한 이야기다.

범죄가 발생한다거나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하는 경우들이 있다(물론 합의가 최종 타결되지 않고 결렬되는 경우들이 더 많다). 이때 변호사 등 법률지식이 있는 사람을 끼지 않고 합의를 하면 가끔 놓치는 것이 있는데, 범죄 피해로 인한 합의에는 형사합의와 민사합의의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그냥 합의서를 작성해놓으면 나중에 가서 이게 형사합의였는지 민사합의였는지 아니면 둘 다를 포함하는 합의였는지를 놓고 쌍방 분쟁이 발생하는 일들이 있게 된다. 둘은 어떻게 구분하는 것이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두 가지 법률상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범죄자를 국가가 나서서 처벌해야 한다는 형사문제이고, 두 번째는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피해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민사문제이다. 민사합의는 여기서 두 번째인 민사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가해자로부터 (합의 없이) 피해의 배상을 받으려면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송 과정에서 피해의 발생사실과 귀책사유와 인과관계와 피해액수 등을 피해자가 증거로 모두 증명해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쌍방의 원만한 협의로 민사합의를 타결시킨다면 서로 시간과 추가비용의 낭비 없이 민사문제를 곧바로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합의는 좀 다르다. 위에서 형사문제는 ‘범죄자를 국가가 처벌하는’ 것이라 했다. 처벌에는 사형, 징역, 벌금 등이 있는데, 그 어느 방법으로 처벌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복수감 외에는 딱히 없다. 징역을 살면서 강제노역으로 받는 영치금도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되더라도 그 벌금은 국고로 귀속될 뿐 피해자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이때 쌍방이 형사합의를 한다면 쌍방에게 서로 득이 될 수가 있다. 피해자는 민사소송이나 민사합의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추가로 돈을 좀 더 받을 수 있게 되고, 가해자는 형사합의를 하였다는 사실(형사합의서)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여 형사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게 된다. 형사합의서에는 보통 ‘저는 피해자인데 돈을 OO원 받고 이렇게 형사합의를 하였으니 이제 더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등의 문구를 넣는다.

이렇게 ‘피해에 대한 직접적 배상을 받기 위해 합의하는 것’이 민사합의고, ‘민사문제로 해결하는 것 외에 추가로 좀 더 돈을 주고받는 대신에 가해자는 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는 것’이 형사합의다. 이 둘을 구별 않고 그냥 합의서를 썼다가 돈을 더 받아야 하니 마니 하는 문제가 가끔 발생한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썼다. 알아놓으면 좋을 것이다.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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