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앤컨설팅 대표변호사
일반적으로 신문 정치면이나 사회면에 잘 등장하는 일이 없는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이 근래 수시로 지면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 기존에는 굳이 오르내린다면 ‘이번에 대법원장 후보가 누구인데 인사청문회 결과는 어떠하다’라는 기사이거나, 혹은 ‘이번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무슨 판결이 선고되었다’라는 기사에서 괄호 안에 재판장이 대법원장으로 표시된다든가 하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경우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느낌이다. 여당에서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아서 그런 것이리라. 현역 정치인 혹은 정치인 출신이 임명되는 일이 사실상 없는 자리인 까닭에, 대법원장이 어떤 직책이고 어떤 성격과 권한을 가진 공무원인지 아는 사람들이 잘 없고 관심도 거의 없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오늘은 대법원장이라는 직(職)에 대해 알아보자.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국가인데, 입법 행정 사법부의 각 부 안에는 각자의 최고 책임자가 존재한다. 우리 헌법은 직접 명문으로 각 최고 책임자가 어떤 이름의 직책인지를 규정하였는데, 사법부의 수장(首長)이 바로 대법원장이다. 대통령 및 국회의장에 이어 대한민국 의전서열 3위인 초고위 공무원이다. 대법원장은 헌법에 명문으로 사법부 최고 책임자로 규정되어 있기에, 국민투표가 아니면 그 자리를 없앨 수 없고 심지어 대법원장이라는 네 글자 이름을 바꿀 수도 없다. 또한 헌법은 대법원장을 어떻게 정하는지도 직접 규정하였다. 헌법 명문은 대법원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대통령이 임명을 하도록 하고 있으니, 국회의 동의를 못 받으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없다(국회의 동의란, 국회의원들이 동의냐 비동의냐를 두고 투표를 하여 통과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국회가 동의하지 않아서 대통령이 자기가 원하는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못한 사례들이 있었다.
이렇게 임명되는 사법부 최고 책임자 대법원장은 일단 사법부 전체의 인사에 대한 최고권한을 가진다. 대법관을 제외한 전국 모든 판사들과 법원공무원들은 대법원장에게 임명권이 있다(물론 시험을 통과하는 등 하여 어차피 임용이 예정된 사람들에 대해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는 정도이긴 하다). 필자의 집에도 사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며 받았던 대법원장 명의의 임명장이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가운데 일부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그 외에 사법부 전체의 예산과 행정 등을 총괄하는 권한을 당연히 가지고, 소송절차의 진행에 있어 사실상 법률처럼 작용하는 ‘대법원 규칙’이라는 것도 대법원장이 만들거나 수정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하게 될 경우 그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대법원장이 맡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세계적으로도 ‘권한 많고 힘 있는’ 사법부 수장 자리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과 같은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입에 잘 오르내리지 않는 공직이기에, 기회다 싶어 적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