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로 마음 속 투자의 목표가 뚜렷해졌다면, 이제는 그 생각을 현실로 옮길 차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걸음을 멈춘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막상 첫발을 내디디려 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이는 단순히 과거의 감정이나 열정을 되새기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혼란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다시 세우고자 할 때 꺼내 드는, 내면의 히든카드 같은 문장이다.

인간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만큼 행동에 나서며, 그 행동은 다시 새로운 믿음을 만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일단 현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된다. 유망 지역을 검색하고, 개발 호재가 있다는 동네를 찾아 거닐며 미래를 상상해 본다. 하지만 현실은 종종 기대와 다르게 움직인다. 교통 소음은 귀를 찌를 듯하고, 상권은 숨쉴 틈 없이 빽빽하며, 시세는 기대보다 훨씬 높게 부풀려져 있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매물조차 버젓이 올라와 있다.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게 된다. 온라인 정보는 단지 단편일 뿐이며, 현실을 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이미 믿고 있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그 결과, 기대와 선입견은 현실을 왜곡하고, 중요한 단서를 가려버린다. 그래서 현장 임장은 단순한 정보 확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세워온 믿음이 실제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상상 속 미래가 아닌, 눈앞의 실제와 마주하며 신념과 직관을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소유권의 진정성이다. 등기사항증명서를 열고, 해당 부동산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은 마치 오래된 문서를 넘기듯 그 공간이 지나온 시간을 복원하는 작업과도 같다. 권리관계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법적 제약이나 분쟁의 흔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다음으로 살펴야 할 것은 시장의 흐름이다. 단기적인 시세나 교통망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상상하는 일이다. 몇 년 후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고, 어떤 상권이 형성되며, 어떤 라이프 스타일이 정착할지 그려보는 일. 그 상상이 구체적일수록 판단은 더 명확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자금 계획’이라는 냉정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변동성이 일상이 된 시대, 재무 구조는 곧 생존전략이다. 대출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수준이 어디인지, 수익과 비용의 흐름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세금은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렇게 정돈된 구조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되고, 실행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 법률, 세무, 자금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내가 보지 못한 사각지대를 메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결국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 행동을 다시 성찰하며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두렵고 낯설다. 그러나 그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은 달라진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그 방향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변화를 향한 여정 에 발을 디딘 것이다.

김준영 빌사부자산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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