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정기환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제조업의 뿌리를 이어온 지역이다.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대구의 기계·섬유·부품 산업까지 우리 지역이 축적해온 산업 기반은 그 자체로 국가 성장의 토대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모빌리티 등 신산업이 기존의 산업 지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어 시장으로 이어지는 ‘제조형 창업 생태계’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제조 혁신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누구나 가진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할 것인가?”

그 해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메이커스페이스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추진하며 제조 기반 창업의 문턱을 대폭 낮춰 왔다. 초기에는 단순 장비와 공간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시제품 제작, 디자인 설계, 기술 검증(PoC), IP 확보, 투자 연계, 양산 지원까지 가능한 제조창업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2024년 기준 전국 106개소가 운영되었고, 연간 47만 명이 이용했으며 10만 건의 시제품 제작, 420개의 신규 창업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장비가 없어서 못한다, 기술이 없어서 못한다’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메이커스페이스는 더 이상 공간이 아니라 창업의 시작점이자 국가 제조혁신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경북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장 빠르게 흡수한 지역 중 하나다. 현재 18개소가 운영 중이며, 각 공간은 지역 특성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서산단의 ‘스타트라인’은 디지털 프로토타이핑과 숙련기술자의 노하우를 결합해 새로운 제조혁신 모델을 만들고 있고, 경북대 ‘크리에이티브팩토리’는 디자인·기술검증(PoC)·IP 확보·투자까지 이어지는 일괄지원 구조를 구축 했다. 대구한의대의 ‘코스메이커스페이스’는 화장품 창업을 위한 포뮬러 개발과 소량생산이 가능해 뷰티 창업자의 실험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포항공대의 ‘메타 메이커스페이스’는 디지털트윈 기반 가상 시제품 제작이라는 미래형 제조 실험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메이커스페이스는 지역 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작지만 강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제조 창업자의 필수 인프라로 뿌리내렸다.

앞으로의 계획은 더욱 명확하다. 첫째, 전문·특화·협업랩의 기능을 강화해 문제 해결 중심의 지원을 확대하고, 둘째, 장비 운영과 자율운영랩 관리 체계를 정교화해 장비 활용도를 극대화할 것이다. 셋째, 협업랩 중심으로 메이커 전문가를 양성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결해 지역 전체가 하나의 제조창업 생태계로 움직이도록 만들겠다. 넷째, 창업자의 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양산 단계 연계 지원과 성과 공유 플랫폼도 강화해 ‘창업-제품화-시장진입’의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메이커스페이스가 제조창업의 출발점뿐 아니라 ‘성장 로드맵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다.

메이커스페이스의 가장 큰 가치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의 산업 기반 위에 새로운 창작 세대의 상상력과 감각이 결합한다면, 우리 지역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제조 혁신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지역 청년, 예비창업자, 기업인, 시민 누구나 가까운 메이커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를 바란다.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실험과 도전, 그리고 창업의 여정을 함께 지원해 나가겠다.

정기환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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